아기 돌 반지(3.75g) 하나를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암석을 캐내야 할까. 약 2~8톤의 암석을 캐내야 돌 반지 하나 만들 수 있는 금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금을 빼낸 나머지는 모두 광산 폐기물로 남는다. 환경문제가 민감해진 요즘 광산 폐기물에서 유해한 것과 무해한 것을 분리해 처리하는 '무해화(無害化) 기술'이 각광 받고 있다.
유용한 광물을 추출하고 남은 광산 폐기물에는 비소ㆍ카드뮴ㆍ크롬ㆍ구리ㆍ납ㆍ아연 등 여러 가지 유해 중금속이 포함돼 있는 데, 이를 방치할 경우 주변의 땅과 물을 오염시키는 등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과거에는 별다른 조치 없이 광산 폐기물을 광산 인근에 쌓아 두거나 매립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그런 탓에 오늘날 토양과 물이 중금속으로 오염되는 광해(鑛害)가 생겨나고, 국민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무해화 기술에 많은 기대를 걸어 볼 때가 됐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광산 폐기물에 존재하는 유해 중금속을 분리, 제거함으로써 해로운 물질의 양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또한 남는 무해물을 골재나 토목재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무해화 처리 과정에서 해로운 중금속 외에 유용한 광물들을 추출함으로써 광산 폐기물을 자원화 하는 이점도 얻을 수 있다. 과거에는 분리기술이 부족해 광물찌꺼기에 금, 은 등 유용한 광물들이 광산 폐기물에 상당량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광물가격이 급등하면서 광산 폐기물을 무해화 처리하면서 유용한 광물을 다시 추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광산 폐기물에서 유용 광물을 회수하는 재처리사업은 직접적인 광산 개발과 달리 채굴 비용과 분쇄 비용이 들지 않아 투자 위험성이 적은 게 특징이다.
해외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3월 금광산 폐기물 처리를 위해 월 10만 톤 규모의 무해와 플랜트 건설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매월 처리하는 10만 톤 가량의 폐기물 가운데 14%는 유용한 금속을 다시 얻는 데 활용하고, 나머지 86%는 유해물질을 제거한 뒤 산림복구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트렌드를 반영해 광산 회사들은 문을 닫은 금 광산의 광산 폐기물에서 금을 재추출하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울러, 크롬 광산 폐기물에서 백금족을, 우라늄 광산 폐기물에서 희토류 등을 회수하는 재처리 사업 역시 주요 국가들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 광물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이러한 추세는 심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광산마다 물리ㆍ화학적 특성이 다양한 광산 폐기물에서 유해 중금속을 처리하는 무해화 공정을 설계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많은 기술적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광산 폐기물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경제적이면서 효율적인 공정을 광산별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광산개발에 따른 환경피해를 복구하는 전문기관인 한국광해관리공단은 물리·화학적 중금속 오염토양 정제, 바닷물을 이용한 유가 금속 회수방법 등에 대한 특허를 비롯해 관련 기술의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공단은 유해 요소를 없앤 광산 폐기물을 복토재나 폐광의 내부 충전재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각적인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무해화 기술은 광산 폐기물의 유해 물질을 제거함으로써 2차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유용한 광물을 얻을 수 있는 '1석2조'의 고부가가치 기술이다. 물론, 경제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나, 남들이 못 본 틈새를 파고들어 세계적인 특화 기술로 키워가고 있음은 분명 자랑할 만한 일이다.
앞으로 이 기술을 어떻게 심화시키고,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도시 광산 개발이나 오염토양 정화 분야 등으로 시장을 넓혀가는 것도 중요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무해화 기술을 통해 우리나라가 광산 폐기물의 자원화를 선도할 날이 멀지 않은 듯싶다.
권현호 한국광해관리공단 광해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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