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서 금강산 관광이 중단 된지 4년이 됐다. 금강산 관광은 다른 대북사업과 달리 국민적 염원이 크게 작용했다. 비록 시작은 통천이 고향이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이것을 성사시키고 또 지탱해 온 힘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한 금강산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그리고 금강산 관광이 실현되기까지 10여 년 동안 숱한 어려움을 겪고 대표적인 남북경협사업으로 자리 매김하는 힘든 과정을 우리는 기억한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녘 땅을 밟을 때마다 우리는 통일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준비를 논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금강산 관광의 중단은 시급히 치유해야만 할 상처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남북간의 대결과 불신구조 속에서 4년의 금강산 관광 중단은 단순한 관광의 중단이 아니라 관광사업의 기본 틀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북한은 2010년 2월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이 결렬되고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자 금강산 관광지구내의 남측 부동산을 몰수,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 1년 후인 지난해 4월에는 더 이상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가능성이 없다는 전제 하에 현대아산에게 부여했던 금강산 사업의 독점권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해 5월에는 기존의 '금강산 관광지구법'을 대체하는'금강산 국제관광 특구법'을 제정하고 남측 기업은 이 법에 따라 신규 등록을 하고 사업을 재개하거나 재산을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곧 바로 4년 전의 법과 제도로 돌아가 관광을 재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금강산은 그대로일 진데 다시 그 때처럼 관광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북한은 현대아산을 독점 사업자로 하는 남측 중심의 금강산 관광을 '금강산 국제관광 특구법'에 의거해 다자간 사업체계로 변경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관광객과 관광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활동을 개시했다. 금강산을 마냥 비워두기 보다는 그렇게 해서라도 관광중단에 따른 외화손실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4월1일 북한은 중앙통신을 통해 "세계의 많은 관광객과 관광업체들이 금강산 국제관광에 적극 참여하려는 의향을 표시하면서 관광신청과 관광계약, 관광시설운영, 투자 등을 문의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당초 4월부터 중국인을 대상으로 금강산 관광을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광명성 3호 발사로 미루어졌다가 6월말부터 시작했다.
중국 훈춘시에서 육로로 나선항으로 들어가 시내관광을 한 뒤 유람선을 타고 금강산을 다녀오는 코스를 정식으로 개통했다. 우리가 힘들여 개척해 놓은 금강산 관광의 노하우와 인프라가 장기간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중국인들에게 관광의 길을 터주고 만 것이다.
새로 출범한 김정은 체제는 "인민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제 북한은 지하자원이든, 관광자원이든, 노동력이든, 심지어 개방이든 돈이 된다면 뭐든 하겠다는 것이다. 지하자원도, 관광도, 노동인력도 모두 중국이 접수하고 있다. 이 상태로 가면 북한의 대중 경제 의존도는 급속히 증대할 것이다. 철도ㆍ도로 연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의 3대 경협사업은 지금 북ㆍ중경협의 본보기가 되어 중국의 주도 하에 확대, 발전하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전제조건에 매달려 금강산 관광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금강산 관광 재개보다 더 생생한 통일준비와 통일교육은 없다. 우선 관광재개에 역점을 두고 지금이라도 사업자인 현대아산이 나서서 북측 당사자와 대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여건을 만들어 줘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을 중국여행사를 통해 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금강산 관광만큼은 이 정부 임기 내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이봉조 극동대 교양학부 교수 ·전 통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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