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긴, 내가 보기엔 어마어마한 X년 같아" "너 이 새끼 키스할 때 입술에 힘 주지 마라"
전지현(31)이 조폭영화 주인공 못지않은 육두문자의 향연을 펼친다. 수십 년 범죄에 몸담은 도둑들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비아냥과 짓궂은 농담을 뒤섞어 가며 입심을 자랑한다. 10년 전 "견우야~ 미안해~"라고 외치던 그 전지현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의 '그녀'가 '성인+범죄' 버전으로 돌아왔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둑들'(25일 개봉)에서 전지현이 연기한 캐릭터 예니콜 이야기다.
전지현은 11일 기자와 만나 "평소 내 성격도 털털한 편이어서 거침 없이 말하는 '예니콜'을 연기할 땐 속이 시원하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뭉친 도둑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도둑들'에서 그는 줄타기 전문 도둑으로 출연한다. 미리 영화를 본 사람들 입에서 '엽기적인 그녀' 이후 전지현의 연기 중 최고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동훈 감독과는 무조건 함께 해보고 싶었어요. 캐릭터가 짜임새 있고 극 전개가 팽팽하고 속도감 넘치는 게 저와 잘 맞았어요. 시나리오도 좋고 역할도 좋아서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블러드'라는 액션 영화를 찍은 적도 있어서 액션 연기엔 자신이 있었죠."
예니콜은 거침 없는 말투에다 말하는 속도도 빠르다. 호흡이 빠른 최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닮았다. 전지현은 "숨도 쉬지 말고 대사를 해달라는 주문이었다"며 "대사 사이에 표정이나 몸 동작으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처음엔 적응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둑들'은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김해숙 오달수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제작비만 10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전지현의 한국 영화 출연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이후 4년여 만이다. 이후 홍콩 영화 '블러드'(2009)와 중국 영화 '설화와 비밀의 부채'(2011) 등 해외 프로젝트에만 전념했다. 그는 "한국에서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블러드' 찍을 땐 한 달간 비 맞고 와이어 액션을 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해외 영화 안 한다고 했어요. 영어로 이야기하다 보니 감독과 소통도 잘 안 됐죠. 힘든 시간 보내고 난 뒤 보상 받는 느낌입니다."
해외 촬영은 힘들었지만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다시 그 때로 돌아가도 국내 활동보다는 해외 진출을 선택했을 것"이라며 "해외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감도 많이 생기고 일에 대한 여유도 생겼다"고 돌이켰다.
'도둑들' 촬영을 마치고 전지현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결혼을 결정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시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좋은 연기자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안정된 가정을 이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결혼 후 연기가 훨씬 안정되고 집중력도 높아졌다고 한다.
"결혼하고 나니까 어른이 된 것 같아요. 수위가 높은 대사나 연기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게 됐고. 어렸을 땐 잘 몰라서 '엽기적인 그녀' 같은 영화가 크게 성공해도 좋은 줄 몰랐는데 이젠 모든 걸 느끼면서 즐기고 싶어요."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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