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형이 감옥에 갔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으로는 처음으로 구속되는 사례라나. 팔순이 다 된 노인이 넥타이를 잡히고 계란 세례를 받는 것에 짠한 마음도 가질 수 있으련만, 나는 그들을 향해 분노를 터뜨리는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울음에 안쓰러움을 더할 뿐이었다.
시중 은행에 비해 배가 더 된다는 금리 욕심에 직장 후배 데리고 과일 이름이 붙은 저축은행에서 통장 개설을 기다리고 있을 때 그는 말했더랬다. 누나, 돈 떼이고 그러는 거 아닐까? 야, 설마하니 우리 돈 갖고 딴 짓이야 하겠냐. 다행히 꼬박꼬박 저축은커녕 월급으로 술값 대기도 바빴던 우리들은 결국 0원으로 찍혀 있던 새 통장을 영원히 잊기에 이르렀다.
까짓것 이자 몇 푼이나 된다고, 라고 돈을 떼인 이들에게 딱하다며 혀를 차는 이들도 있겠으나, 또한 세상에는 그 몇 푼으로 삶이 좌지우지되는 이들도 분명 있지 않겠는가. 내 부모 내 형제의 일이었다면 계란이 뭐야, 한 삽 똥바가지를 들이부어도 성에 차지 않았을 터, 아니 대체 뭐가 모자라 재벌가로 끈끈히 연결된 가계도 속 돈도 많은 사람들이 돈, 내 돈, 그러냔 말이지.
그나저나 대통령은 왜 지금껏 침묵이실까. 아무리 나라님이라도 형이 죄를 지었으면 사과하는 게 도리 아닌가. 초등학교 때 동생을 때린 앞집 애가 무릎 꿇고 빌던 어느 날이 생각난다. 그러고 보면 정치판은 요상한 동네, 우리가 배워온 도덕이 통할 줄 모르니 원.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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