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학교 재학ㆍ성적증명서 등을 위조해 자녀를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통해 국내 대학에 부정 입학시킨 학부모들이 적발됐다. 35곳의 대학에서 77명의 학생이 적발됐고 부정 입학생은 앞으로도 더 나올 것으로 보여 무더기 입학 취소 등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한동영)는 11일 중국에서 사설 입시학원을 운영하며 성적ㆍ졸업증명서를 위조해 팔아온 혐의(업무방해 등)로 전문 브로커 6명을 적발, 전모(36)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1명은 불구속 기소하고 2명은 지명수배했다.
검찰은 이들에게서 사들인 위조 서류로 자녀를 대학에 부정 입학시킨 김모(50)씨 등 학부모 61명을 적발, 2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기소했다. 학부모 14명은 2명 이상의 자녀를 부정 입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5월부터 전국 주요 대학 40곳의 최근 5년간 재외국민 특별전형 합격자 중 중국 출신 합격자를 조사해왔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1999년부터 중국 칭다오(靑島)에 재외국민 특례입학 전문 C학원을 차려놓고 학생들의 중국 학교 졸업ㆍ성적증명서를 위조 내지 조작한 혐의다. 전씨는 중국 당국의 인가를 받은 중고교과정 사립 S학교의 교장에게 매년 약 1만 위안(한화 약 1억8,000만원)을 주고 이 학교 학적을 조작했으며, 최근에는 교장 행세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영업자 이모씨는 전씨를 통해 다른 중국 학교에 11년 간 다닌 아들이 S학교에 12년 간 다닌 것처럼 성적을 위조했고,이씨의 아들은 2010학년도 고려대 재외국민 전형에 합격했다.
부모들의 재직증명서도 위조됐다. 중국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던 정모(44)씨는 전씨에게서 중국 내 D전자 상사주재원으로 2년4개월 동안 일한 것처럼 위조한 재직증명서를 사들였고, 정씨의 딸과 아들은 이를 이용해 각각 한국교원대, 숭실대의 재외국민 전형에 합격했다. 부모가 해외 상사주재원으로 2~3년을 재직하면 자녀가 재외국민 전형 지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위조된 학생 서류는 학기당 최고 1만5,000위안(약 270만원), 부모의 재직증명서는 건당 최고 2만위안(약 360만원)에 팔렸다. 전씨는 연세대, 고려대 등에 합격한 3명에게는 '홍보효과를 봤다'며 돈을 받지 않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전씨가 위조한 서류를 통해 합격한 부정 입학생은 38명이었다.
개인적 인맥을 동원해 서류를 위조한 학부모도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자 김모(50)씨는 중국에 진출한 화장품회사 이사인 친구에게 부탁해 이 회사 재직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큰딸과 작은딸을 건국대와 서울여대, 막내아들을 경기대에 입학시켰다.
학부모들은 위조한 서류를 중국 내 한국영사관에 가져가 공증을 받았고 대학들은 조작을 의심하지 않았다. 검찰은 전국 대학의 재외국민 전형 정원이 4,600여명인 데 비해 한 해 최종 등록자는 평균 1,936여명(42%)이라 서류만 내면 100% 합격이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 근무가 불가피한 주재원 자녀 등의 진학 기회를 보전하기 위해 1977년 도입된 재외국민 특별전형이 부정 입학의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며 "부정입학자 명단을 각 대학에 통보하고 추가 수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 모 사립대 입학관리팀장은 "외국 학교나 해외 기업 관련 서류에 대해 현지에 확인을 요청해도 답변을 받는 데 몇 개월이 걸린다"며 "위조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날 "재외국민 특별전형 개선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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