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환 성균관대 약대 교수팀이 암 억제 유전자를 무력화하는 '암 유발 효소'를 찾아냈다.
한 교수 팀은 9일 폐암과 유방암 환자의 세포로 실험한 결과, 핌트(PIMT) 효소가 암 억제 유전자 'p53'의 기능을 약화시켜 암을 촉진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27일 과학학술지 자매지인 에 소개됐다.
핌트 효소는 노화한 단백질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고만 알려져 있었지만 연구진은 이 효소가 p53 유전자에 특정 물질을 붙여 기능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핌트 효소가 다량 발현할수록 p53이 암을 억제하는 능력을 잃고, 결국 암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 효소가 많은 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생존율이 20% 낮았다.
p53은 세포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를 막고, 암세포를 사멸시켜 흔히 '항암 유전자'로 불린다. 그동안 이 유전자로 항암제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계속됐으나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보지 못했고,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 교수는 "p53만으로 항암제를 만들려 했을 때 부작용이 나타난 이유는 이 유전자를 무엇이 조절하는지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p53의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번 효소의 발견으로 항암제 개발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게 됐다. 한 교수는 "핌트 효소가 p53의 기능을 억제해 암을 촉진하는 현상은 사람의 암세포에만 나타난다"며 "이 효소를 잘 조절하면 효과적인 항암제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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