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여야 유력 대선 주자 중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만 대기 벤치에 남게 됐다. 대선 출마에 대한 모호한 입장으로 가뜩이나 "때를 놓쳤다"는 얘기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여야 정치권 일부에선 "무임승차를 노린다"는 비판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대선주자(경선 불참 선언자 제외)는 새누리당 4명, 민주통합당 6명이다. 여기에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과 박준영 전남지사(민주당 소속)가 각각 11일, 15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어서 모두 12명이 대선 레이스에 오르게 된다.
사실상 나올 주자는 모두 나온 셈이지만 야권에서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안 원장만은 여전히 장고(長考) 중이다. 안 원장은 이달 중순쯤 출간 예정인 에세이 집필을 마무리했지만 그가 출간 직후에도 출마 여부를 직접 표명할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다만 안 원장이 책에서 국정운영 비전과 사회정치 현안에 대해 진일보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돼 일단 대선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게 된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직접 밝히지 않더라도 책 출간을 통해 정치 참여 의지를 강하게 드러낼 것이란 얘기도 있다.
이런 정중동 행보를 제3후보로서 최대한 신중하게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과도한 정치 공세를 피하기 위해 시기를 늦추는 게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며 "에세이 출간, 안철수재단 출범 등으로 대선 출마 의지를 보여주면서 8,9월까지 상황을 지켜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원장의 정치 참여 의지와 별개로 정치적 환경이 갈수록 안 원장에게 불리하게 조성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야권이 4ㆍ11 총선 패배로 정치적 공백 상태를 맞았을 때가 기회였다"며 "하지만 야권이 일정 정도 리더십을 회복하고 있어서 안 원장이 자력으로 국면을 주도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안철수 바람'이 불 때와 달리 여야 정당이 대선 국면에서 빠르게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어서 안 원장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이 주춤거리고 있다.
하지만 야권 대선주자의 지지율이 예상과 달리 계속 제자리를 맴돌게 되면 야권 지지자들은 다시 안 원장을 쳐다볼 수밖에 없다. 이런 유동적 정치 상황으로 인해 안 원장의 안개 행보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얘기도 많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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