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에서 10개월, 31개월, 53개월 자녀 3명을 키우는 A씨(30)는 아침마다 면(面) 중심가까지 첫째와 둘째를 태우고 나와 옆 면에 있는 어린이집의 셔틀버스를 태운다. 살고 있는 면에 어린이집이 없기 때문이다. 이 면에 사는 0~5세 영유아는 모두 45명. 이 아이들은 A씨 자녀들처럼 어렵게 다른 면의 어린이집에 다니거나 아예 포기하고 있다.
정부가 '0~5세 전면 무상보육'을 내세우며 재정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어린이집이 없는 읍면동이 전국 약 5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어린이집이 없는 읍면동은 총 474곳으로, 2010년 471곳보다 3곳이 늘었다. 정부는 보육수요가 소수 있지만 민간시설이 들어오기를 기피하는 농산어촌 등 취약지역에 우선적으로 국공립 보육시설을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취약지역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아무리 무상보육을 제공해도 보육서비스 자체를 받을 수 없는 '무상보육 사각지대'다.
지역별로는 경북에 어린이집이 없는 읍면동이 93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남(82곳) 전남(79곳) 전북(64곳)이 뒤를 이었다. 전국 16개 시도 중 모든 읍면동에 어린이집이 있는 지역은 대구가 유일했고, 서울에도 종로구 명륜3가동과 송파구 잠실7동 2곳은 어린이집이 없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 실장은 "농어촌 부모들은 가정에서 교육하는데도 한계가 있어 질높은 보육·교육으로부터 소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공적 보육이 절실하다"며 "어린이집, 이동식 보육서비스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철 한국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연합회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민간이 꺼리는 농어촌 중심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려야 함에도 보육 수요가 많은 곳 위주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채우느라 민간어린이집이 충분한데도 중복 설치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