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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무줄' 예산 집행… 국회는 뒷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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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무줄' 예산 집행… 국회는 뒷짐만

입력
2012.07.1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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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는 2010년 말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당초 제출한 원안보다 1,393억원을 증액 받았다. 33개 사업에 각각 10억~130억원씩 예산을 더 쓰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해 238억원만 국회 요구대로 쓰고 나머지 1,155억원(83%)은 자체 감액해 다른 사업에 배정했다. "사실상 국회심의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국토부 측은 "각종 민원과 공사진척 상황 등을 감안하면 국회 요구대로 쓰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증액한 예산 3,401억원 중 무려 77.4%(2,632억원)가 정부 각 부처 집행과정에서 감액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또 국회가 감액한 737억원의 59%(435억원)는 다시 늘려 예산을 집행했다. 집행 과정에서 일부 미세조정은 불가피하더라도 국회가 조정한 예산의 상당부분을 행정부가 다시 뒤집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매년 정부가 편성하는 예산안이 그대로 확정되지 않고 국회 심의를 거치는 것은 세금으로 이뤄진 예산을 국민의 대표기관이 한 번 더 따져본다는 의미인데, 이를 무시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10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1년 국회 증감사업의 예산변경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31개 부처 201개 사업에서 국회가 증ㆍ감액한 예산을 자체 이용ㆍ전용ㆍ조정 절차를 거쳐 예산변경 했다.

증액사업의 경우 국방부, 국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위사업청, 환경부 등 5개 부처가 국회 증액예산의 50% 이상을 다시 감액했고, 감액사업에서는 관세청,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통계청이 국회 감액규모보다 더 많은 금액을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공정위는 하도급거래 상습 위반업체에 대한 현장조사 강화 차원에서 국회가 늘려준 국내 여비 예산 8,800만원 중 5,500만원을 깎아 인쇄비, 담합 관련 해외출장비 등으로 전용했다.

국토부는 국회의원들의 민원성 도로 건설 예산이 많이 증액되는 곳. 작년에만 31개 도로관련 예산이 증액됐으나 이 중 17개 사업이 증액분의 50% 이상 다시 깎여 집행됐고, 신규사업으로 증액된 6개 중 4개는 아예 100%가 감액돼 집행실적 '0원'을 기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장 여건상 책정된 예산을 당장 집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의원들도 이런 사정을 설명하면 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연평도사건 여파로 115억원이 긴급 증액된 방위사업청의 K-55 자주포 성능개량 예산은 국회 예산안 통과 직후 합동참모회의에서 연평도에 배치할 무기 종류가 K-9 자주포로 변경됐는데, 엉뚱하게도 K-9 관련 사업 대신 '지상표적 정밀타격 유도무기' 사업에 115억원이 전액 재배정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배아형 예산분석관은 "행정부가 편의대로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훼손하는 사례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며 "국회의원들도 심의 과정에서만 증ㆍ감액에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분기별로 실제 집행내역을 보고받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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