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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룸살롱 수사' 검찰 제살도 도려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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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룸살롱 수사' 검찰 제살도 도려내라

입력
2012.07.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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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국내 최대 규모라는 룸살롱 '어제오늘내일'(일명 YTT)에 대해 탈세와 뇌물 수사를 본격화하자, 경찰은 위기감을 느꼈는지 비리 검사 잡기에 혈안이 돼있다. 수사ㆍ정보 형사를 동원해 문제있는 검사를 어떻게든 찾아내겠다는 기세다. 기자도 며칠 사이 "A검사의 비위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 "검사들의 비리는 무엇이든지 알려달라"는 등 경찰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 심지어 검사들의 술버릇, 내연녀, 재산 형성과정, 친인척 동향까지 들춰보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경찰이 이러는 이유는 검찰의 YTT 수사가 처음부터 경찰을 겨냥한 것이라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경찰을 제물로 삼아 공명심을 채우려 한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실제로 검찰도 "'룸살롱 황제' 이경백 수사에서 유흥업소 단속 경찰 등 잔챙이들이 주로 걸려들었다면, 이번 수사는 총경 이상 경찰 고위층이 다수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의기양양하다. YTT 외에 대형 룸살롱과 안마시술소 서너 곳도 언제든지 들이닥칠 태세다. 검찰이 이경백 수사 한 건으로 18명의 경찰을 구속한 것을 보면, 이번 수사로 몇 명의 경찰이 옷을 벗을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수사팀 대부분이 이 사건에 투입됐고, 한상대 검찰총장도 수시로 보고를 받는 등 큰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유흥업소나 안마시술소와 관련된 경찰의 고질적인 유착 비리를 척결할 기회라는 점에서 이번 수사의 의의는 적지않다. 그 때문에 경찰의 감정적 대응은 수사 초점을 흐리고 의도적으로 검찰 흠집내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취재 중 만난 유흥업소 인사들의 반응은 경찰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검찰은 왜 그런지 이를 곱씹어봐야 할 것 같다. 한 업주는 손가락을 꼽아가며 "내가 아는 검사, 수사관만 해도 몇 명인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주는 "검찰이 그렇게 깨끗한 조직이라고 자신할 수 있냐"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들은 '검찰은 제 식구의 비리를 발견해도 쳐내지 못할 것'이라는 뿌리깊은 불신을 갖고 있었다. 만약 이번 수사로 경찰 수십 명을 잡아들이는데 검찰 측 인사는 단 한 명도 없다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결과일 것이라는 말이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내부 비리를 발견해도 정식 수사보다는 내부 감찰로 마무리했던 전례가 적지 않다. 검찰이 수사 동기가 불순하다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국내 최대 룸살롱을 수사한다는 화려함에 도취되기보다는 제 살을 도려내는 의지를 함께 보여줘야 할 것이다.

사회부=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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