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국과수 첫 여성 원장 정희선씨, 후배들에게 당부 남기고 퇴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국과수 첫 여성 원장 정희선씨, 후배들에게 당부 남기고 퇴임

입력
2012.07.10 17:36
0 0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줄 열쇠가 여러분 손에 달렸어요. 혼을 다해서 한 건 한 건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정희선(57)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이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고 34년간 몸담은 국과수를 10일 떠났다. 정 원장은 국과수 입사 이후 내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최초의 마약 검출 전문가, 최초의 여성 법과학 부장, 최초의 여성 국과수 원장, 최초의 아시아인 국제법독성학회 회장으로 활약했다. 손에 꼽는 업적도 여럿이다. 마약 범죄가 급증하던 80년대 중반 모발에서 손쉽게 히로뽕을 검출하는 방법을 개발한 자타 공인 마약 전문가로, 본드 흡입 여부를 혈액이 아니라 소변 검사로 쉽게 판독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가수 김성재의 사망 원인이 동물 마취제였다는 사실과 1990년대 초 청소년들의 잇따른 사망 원인이 '진해거담제' 라는 것을 증명해 내는 등 미궁에 빠진 사건들이 그의 손에서 결국 진실을 드러냈다.

"70년대 후반 번데기를 먹고 4명이 죽었던 사건이 있었어요. 우리가 실험해 보니 농약인 파라치온이 묻은 마대로 번데기를 감쌌던 게 원인이었죠"

퇴임식을 하루 앞두고 만난 정 원장은 "아직도 실험약을 떨어뜨리자 파라치온 성분이 노란색으로 변하던 게 눈에 선명하다"며 지난 시절의 활약상을 회고했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국과수 위상도 많이 달라졌다. 정 원장은 부검에 대한 국민 의식, 국과수의 업무 환경이 특히 달라졌다고 했다. "초기 법의학자인 문국진 박사님은 부검 장소가 마땅치 않아 사과 궤짝에다 시신을 놓고 부검했대요.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가족이 도끼를 들고 달려왔던 웃지 못할 일도 있었고요. 그에 비하면 지금은 부검실도 마련됐고 공기 정화 시스템도 잘 구비돼 있고,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승격도 됐죠."

국과수는 전문인력이나 정부지원 측면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도 했다. 정 원장은 4월 있었던 수원 여성 토막살인 사건을 예로 들었다. "법의학자나 유전자 검사하는 파트나 인력이 너무 부족해요. 살인 사건이 하나 나면 증거물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오거든요. 외국처럼 법의학자들이 사건 현장에 가는 수준까지 되려면 현재 2배의 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과학수사가 디지털 분야에 집중되면서 신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지원도 늘어나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국력의 척도가 국과수의 발전 정도라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요?"

송옥진기자 cli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