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도종환 의원의 시에 대한 삭제권유를 재검토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10일 당사자인 도 의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문학이 정치적 논리로 매장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 일답.
-평가원이 재검토 입장을 밝히며 시 삭제 철회가 예상되는데.
"검정협의회 회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문제는 출판사들이 내용적으로 형식적으로 정확한 조치가 있어야 움직인다는 것이다. 겉으로만 재검토하고 속뜻은 다르면 출판사가 갈팡질팡할 수 있다. 출판사에서 작품을 빼고 나면 사실상 되돌릴 방법이 없다."
-시가 빠진다는 걸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에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하며 의아했고 놀랐다. '정치의 길을 선택하면 문학을 포기해야 하거나 문학이 정치적 논리로 매장당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으로 착잡했다."
-도 의원의 시들이 서정시이긴 하지만 정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작품은 자기 관점에서 나름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정치의 계절이니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흔들리며 피는 꽃'나 '담쟁이'등은 쓴 지 15년 이상 되었는데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때는 IMF 직후였다. 정치적으로만 보는 건 너무 협소한 해석이다."
-전교조 활동으로 투옥된 전력이 있어서 일선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의 편견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정주 시를 가르칠 때 작품 자체만 가르치는 분도 있고, 작가와 작품을 함께 가르치기는 분도 있다. 교사의 몫이고 권한이다. 어느 한쪽으로만 편향되게 가르칠 거라는 것은 편견이고 과도한 예단이다."
-야당의원이라서 탄압받았다고 생각하나.
"최근 미묘한 정치적 상황과 결부되어 있어서 더 그렇다고 본다. 교과서를 검정하는 교육과정평가원이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는 건 이해한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변화하는 사회를 반영하는 유연한 심의와 평가가 따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의 사진도 삭제 권고를 받았는데.
"실리는 게 좋다고 본다. 내 시가 들어가니까 형평에 따라 같이 들어가야 한다는 게 아니다. 영화'완득이'에 출연한 이 의원은 다문화 가정을 긍정적이고 따뜻하게 보는 데 기여 했다. 새누리당이 이 의원을 비례대표로 영입한 것도 칭찬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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