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살인형을 집행할 명분이 없다는 것, 종교적 신념 때문에 징역형을 사는 사회여서는 안 된다는 것, 이런 견해들이 다수 의견이 되는 대법원을 보게 되는 날이 오리라 믿으면서 떠납니다." 전수안(60ㆍ사법연수원 8기) 대법관은 6년 임기를 마친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퇴임식에서는 전 대법관과 함께 박일환(61ㆍ연수원 5기), 김능환(61ㆍ7기), 안대희(57ㆍ7기) 대법관 등 모두 4명의 대법관이 저마다의 퇴임사를 남기고 법복을 벗었다. 이로써 노무현 정부 당시 임명된 대법관은 모두 자리를 떠났다.
이미 퇴임한 김영란, 이홍훈, 박시환, 김지형 전 대법관과 함께 우리사회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사법부 내 '독수리 5형제'로 불렸던 전 대법관은 임기 마지막날까지 '소수 의견'을 밝혔다. 그는 "여성 법관이 다수가 되고 남성 법관이 소수가 되더라도 여성 대법관만으로 대법원을 구성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면서 자신이 퇴임한 후 대법관 13명 가운데 여성이 단 1명만 남게 되는 상황을 꼬집어 비판했다.
김능환 대법관은 최근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판결에 위헌 결정을 내린 일을 거론하면서 "헌재는 이상한 논리로 끊임없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아 재판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려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일환 대법관은 '선배에게 편안함을 주고 동료에게 믿음을 주고 후배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논어' 구절을 인용해 법관의 올바른 처신을 강조했다. 검사 출신인 안대희 대법관은 "법관은 자신을 낮춰 작은 목소리도 하찮게 여기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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