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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는 '실버영화관' 서대문아트홀 김은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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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는 '실버영화관' 서대문아트홀 김은주 대표

입력
2012.07.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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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는데…”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8번 출구를 나오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허름한 극장이 있다. 영화 포스터가 붙어있어야 하지만 ‘어르신의 문화를 제발 지켜주세요’라는 커다란 문구가 적혀 있다. 11일 상영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 국내 유일의 단관 극장 ‘서대문아트홀’의 폐관 하루 전 모습은 이랬다.

서대문아트홀은 55세 이상 관람객에겐 단돈 2,000원만 받고 고전영화를 상영하는 ‘실버영화관’이다. 1963년 화양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숱한 사연을 간직해온 전통의 단관 영화관이 49년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김은주(38) 서대문아트홀 대표의 심정은 착잡했다. 김 대표는 1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5년 서대문아트홀과 인연을 맺은 이후 노인전용극장으로 운영하며 많은 어르신들과 뜻을 함께 했는데 너무 아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시가 지난해 서대문아트홀 자리에 관광호텔 건립을 허용키로 하면서 극장이 폐관에 이르게 됐다. 시는 노인복지 서비스 차원에서 김 대표가 운영해오던 서대문아트홀을 대관받아 ‘청춘극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2010년부터 1년 여간 다른 업체를 통해 영업토록 했다. 그런데 작년에 바뀐 건물주가 이 자리에 관광호텔을 짓겠다며 “나가달라”고 김 대표에게 통보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서대문아트홀은 2007년에도 철거될 위기가 있었지만 용적률이 낮아 재개발이 취소된 적이 있어요. 당시 건물주와는 극장을 공연장으로 바꾸기로 하고 4억원 정도를 들여 무대를 만들어 영화와 공연을 함께 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지요.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서울시가 용적률을 높여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를 해 준 겁니다. ‘청춘극장’을 운영하면서 어르신들의 문화공간을 늘려가겠다던 서울시가 이래도 되나요? 50년 역사의 공간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는 이날 마지막 영화 ‘자전거 도둑’을 상영하며 늘 그랬듯 관객들을손수 맞았다. 고령의 노인들은 직접 자리까지 안내했다. 폐관 사실을 알고 있는 일부 노인 관객들은 김 대표 손을 잡고 “문을 닫게 된다니 너무 안타깝다”며 눈물을 함께 훔치기도 했다.

2004년 서울 을지로의 스카라극장을 경영하면서 극장 사업을 시작한 김 대표는 이후 서대문아트홀 운영 노하우로 2009년 서울 종로의 허리우드 극장도 실버영화관으로 탈바꿈시켰다. 허리우드 극장엔 하루 평균 800여명의 어르신들이 찾고 있을 만큼 인기다. “서대문아트홀에서 처음 실버영화관을 운영하면서 70대 할머니가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어요, 친구 사귈 수 있도록 해줬다며, ‘그 어떤 스승보다도 감사하다’고 하셨죠. 어르신들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는 실버문화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다. 서대문아트홀이 문을 닫지 않았다면 1950, 60년대 추억의 물품들을 모아 놓은 전시회도 극장에서 열 계획이었다.

“서대문아트홀이 폐관하는 11일 우리 국민이 실버문화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줬으면 하는 의미에서 삭발합니다. 투쟁의 의미가 아니라 어르신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의 마음입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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