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번호도 역시 에이스다. 박지성(31ㆍ퀸스파크레인저스)이 팀의 간판 스타를 상징하는 7번 등 번호를 받았다.
박지성은 9일 밤(이하 한국시간) 런던 밀뱅크타워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 사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입단 기자회견의 단골 의식이 생략됐다. 대신 구단 홈페이지에 새로운 유니폼을 들고 있는 사진이 게재됐다. 그러나 등 번호는 없었다.
퀸스파크레인저스(QPR)에서 사용할 새로운 등 번호를 묻자 "정해지기는 한 것 같은데 감독님께서 말씀하실 사안"이라고 재치 있게 마크 휴즈 감독에게 책임을 넘겼다. 휴즈 감독도 중언부언하며 박지성의 새로운 등 번호를 밝히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선수의 영입을 공식 발표하면 새롭게 달 등 번호도 함께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스타급 선수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축구에서 등 번호는 스타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과도 같다. '에이스'에는 걸맞는 등 번호로 예우를 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는 7번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이니셜과 7번을 조합해 'CR7'이라는 의류 매장을 열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시절 자택 수영장의 구조도 숫자 7의 모양을 따서 만들었다. 그러나 호날두는 2009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한 후 자신이 맨유에서 달던 7번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터줏대감' 라울 곤살레스가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호날두는 라울이 샬케04(독일)로 이적한 후에야 7번을 달 수 있었다.
박지성이 선호하는 등 번호는 7번과 13번.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21번을 달았다. 당시 막내급이었던 박지성은 자신이 원하는 등 번호를 달 만한 때가 아니었다.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에서 7번을 달았던 그는 2005년 맨유로 이적하면서 13번을 달았다. 맨유의 7번은 잘 알려진 대로 '팀의 상징 선수'에 부여한다.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하던 시절 7번의 주인공이 호날두였다.
박지성은 지난 시즌까지 7시즌 동안 맨유에서 13번을 달고 활약했다. 13번은 박지성을 상징하는 또 다른 숫자가 됐다.
그래서 박지성은 QPR 측에서 원하는 등 번호를 묻자 지체 없이 7번이라고 답했다. 7번은 2005년부터 은퇴할 때까지 축구 대표팀에서 박지성이 달았던 번호이기도 하다. QPR에는 7번의 임자가 있었지만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공 들여 데려온 박지성을 대우해줬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10일 등번호와 관련된 일화를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박씨는 "원래 빈 번호 중에 선택하려 했는데 구단에서 7번을 달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8번 대신 7번을 달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팀내에서 박지성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QPR의 7번 등 번호의 주인공은 모로코 출신의 아델 타랍(23). 공격형 미드필더와 날개를 소화하는 유망주로 2010~11 챔피언십(2부)에서 19골을 터트리며 프리미어리그(EPL) 승격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QPR은 팀 리빌딩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박지성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등 번호를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13번도 수비수 아만도 트라오레가 달고 있었다.
런던(영국)=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