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제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폐막 공연 '단교(斷橋)는 고유의 전통이 현대적 양식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지를 유감 없이 보여주었다. 중국 항저우단교뮤지컬극단은 이 창작 뮤지컬을 통해 시대의 격랑을 헤쳐가는 하나의 예술적 답안을 제시했다.
자신들의 역사와 예술 양식에 대한 자부로 가득 찬 중국 뮤지컬'단교'한국 뮤지컬의 눈부신 변신에 길들여진 눈으로는 40여톤의 아날로그 장비로 만든 그들의 무대가 낙후한 것으로 비치기 족했다. 무대 전환도 굼떴다. 하지만 하드웨어는 부족했어도 그들은 과거사를 주체적 시각으로 당당히 해석해 낼 줄 알았다.
그들의 방식에는 동서와 고금이 혼효돼 있었다. 반봉건ㆍ반외세를 곱씹으며 무장 투쟁의 길로 향하는 젊은이들, 사당에서 선조들에게 제를 올리며 자식들을 보내는 부모들. 마치 한국인의 기시감을 자극하기라도 하는 소재다.
객석을 사로잡은 것은 중국 특유의 풍성한 문화 자산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연출자의 안목이었다. 경극ㆍ월극 등에서 따온 전통 창법, 서구적 아리아, 가수 덩리쥔을 방불케 하는 가요 창법, 사회주의 집체극식의 합창 등 긴 역사 동안 중국이 그들의 것이라고 말하는 음악적 자산이 요동치고 있었다.
둘로 분리한 다리를 무대 적소에 배치해 가며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암시하는 등 무대 골고루 미치는 연출자의 무대 장악력도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의 소소한 일상 풍경 속에서도 무대는 항일 투쟁이라는 방향성을 견지했다. 여학생들이 시위 중 일본군의 총맞아 쓰러지는 장면은 일본에 대한 현재 중국의 심기를 은근히 드러내고 있었다.
개막전 만난 연출가 양정은 "향후 중국 뮤지컬의 방향은 세 가지"라며 중국 뮤지컬의 가능성과 고민을 말했다. 외국 뮤지컬의 직수입이 첫째다. 그는 저작권을 따와서 노래만 중국어로 하는 '오페라의 유령'을 예로 들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30년 역사의 중국 뮤지컬계 최대 히트작이다. 그 다음이 '단교' '버터플라이' 등 창작 뮤지컬이다. 서양 뮤지컬의 중국적 해석이 세 번째이지만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 아직 사례로 들만한 작품이 없다는 이유였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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