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조합이었다. 존 레넌은 똑똑한 반항아였고, 폴 매카트니는 영리한 모범생이었으며, 링고 스타는 유쾌한 중재인이었다. '조용한 비틀(The Quiet Beatle)'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조용한 사람이었던 조지 해리슨(1943~2001)은 침착과 분노를 동시에 품은 구도자였다.
할리우드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한 '조지 해리슨'은 제목 그대로 비틀스의 멤버이자 구도자로 일생을 살았던 조지 해리슨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공동 제작자이자 고인의 아내인 올리비아 해리슨이 롤링 스톤스, 밥 딜런 등의 다큐멘터리를 찍었던 스콜세지에게 연출을 부탁해 3년여 만에 완성했다.
미국 케이블 방송사 HBO가 2부작으로 제작한 '조지 해리슨'은 상영시간이 총 3시간 28분에 이른다. 1부에선 해리슨이 영국 리버풀의 평범한 소년에서 20세기 최고의 팝 아티스트로 성장하기까지 과정을 묘사하고, 2부는 비틀스의 분열 과정을 시작으로 밴드 해체, 솔로 데뷔, 말년의 삶을 그린다. 비틀스 초기 히트곡부터 조지 해리슨의 솔로곡까지 30여곡이 이어지는데, 스콜세지의 꼼꼼한 연출 덕에 'While My Guitar Gently Weeps''Something' 같은 명곡들을 그가 어떤 맥락 속에서 썼는지 알 수 있다.
비틀스와 오래도록 친분을 나눴던 뮤지션 클라우스 부어만은 "조지 해리슨은 비틀스 안에서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했다. 해리슨은 절친이면서 경쟁 상대였던 존과 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했고, 그들만큼 좋은 곡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영적인 세계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밴드 재적 시절부터 인도의 시타르(기타 비슷한 남아시아 악기) 연주자 라비 샹카와 종교지도자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에게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 솔로 데뷔 후엔 방글라데시 구호 자선 콘서트를 비롯해 영화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으나 80년대 초 음악계에서 멀어진 뒤로는 사유지에서 정원을 가꾸면서 여생을 보냈다.
'조지 해리슨'은 연대기 순으로 해리슨의 삶을 꼼꼼히 추적한다. 미공개 영상과 편지, 사진, 홈비디오 등 관련 자료를 백과사전식으로 모으고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에릭 클랩튼, 오노 요코, 올리비아 해리슨과 아들 다니 해리슨 등의 회고를 더했다. 영화의 방점은 해리슨의 음악보다 영적인 탐구에 찍혀 있다. 3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이 부담스러운 데다 2부 중반이 지날수록 질질 끄는 듯한 인상을 주긴 하지만, 팝 역사상 가장 영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았던 음악인의 일생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다. 19일 개봉.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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