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야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 박재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장이 지나치면 자칫 우물 안 개구리 신세가 될 수 있다"고 경계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과도한 재벌 규제는 외국 경쟁기업들의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장관은 9일 여수엑스포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경제민주화나 시장경제의 총론을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면서도 "다만 각론이 지나치면 외국인 투자 저해와 무역장벽 등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은 세계 표준과 맞아야 하며 우리처럼 외교ㆍ통상이 중요한 나라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한 뒤, "일감 몰아주기 과세 정도까지는 용인되지만 이보다 더 한 조치를 하면 다른 나라에서 누가 용납하겠나. 우리는 외골수가 아니라는 걸 (국제사회에)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재벌규제 움직임에 대해서도 "상대국에선 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총력전을 펴는데 우리는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경쟁에서 질 수도 있다"며 "재벌 기업이 규제를 받으면 중견ㆍ중소기업이 대체해줘야 하는데 그 자리에 외국기업이 들어와 혜택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 예로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을 하고 난 뒤부터 외국계 마트가 이익을 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장관은 "재벌기업이 (외국으로) 나가버리면 카타르시스를 느낄지는 몰라도 남는 게 없다. 우리 경제 전체를 멀리 내다봐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박 장관은 한국전력 이사회가 전기료 10.7% 인상안을 의결한 것과 관련, "요금 현실화 요인이 있어도 한꺼번에 하는 것은 충격이 크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해 급격한 요금 인상은 허용하지 않을 방침임을 내비쳤다. 내년 세제개편 방향과 관련해선 "자본이득에 대해 단계ㆍ점진적으로 과세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파생상품거래세 도입 때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종교인 과세는 "갑자기 과세를 시작하는 데는 부담이 있다"며 "연착륙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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