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율이 9년여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하지만 신규 대출의 60% 이상이 자영업자에 쏠리면서 부실 확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에 따르면 5월 말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3조2,000억원 불어난 64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5월에는 어버이날과 어린이날 등이 몰려 있어 다른 달보다 현금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 전년 동월대비 증가율은 5.5%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9년여 만에 가장 낮았다.
한은 관계자는 “가정의 달이라는 일시적 요인을 배제하고 나면 추세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흐름이 확연하다”고 말했다. 특히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3.6%에 머문 반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10.6%를 기록해 대출이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 효과’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은행권 신규 대출이 자영업자에 과도하게 쏠리고 있다는 것.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기업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의 5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35조2,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6조4,000억원(4.9%) 늘었다. 이 기간 대출 증가액의 64.4%에 해당한다. 자영업자 대출은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급격히 부실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마땅한 대출 수요처가 없는 은행들이 자영업자 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경기 악화 때 상당수가 부실 대출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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