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정착 등 교육개혁을 높이 평가받고 있는 경기도교육청 등 진보교육감 지역들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평가지표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성적 등 교과부가 추진해온 사업에는 높은 배점을 주고 있는 반면, 각 교육청의 자율적인 정책들은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이 평가 결과를 토대로 약 1,000억원의 특별교부금을 하반기에 차등 배분할 예정이다.
9일 교과부가 발표한 2012년 시도교육청 평가결과에 따르면 시지역은 대구, 대전, 인천이 '우수' 등급을 받았고, 부산과 울산은 '보통', 서울과 광주는 '매우 미흡' 등급을 받았다. 도지역은 제주와 충북이 '매우 우수', 경북과 충남이 '우수', 경남이 '보통', 전남과 전북이 '미흡', 강원과 경기가 '매우 미흡'등급을 받았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재임 중인 서울, 경기, 광주, 강원, 전남, 전북 등 6개 교육청이 모두 하위권에 포진했다. 서울, 경기, 전북은 지난해에도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교과부가 순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서울과 경기는 매년 최하위이다.
진보교육감들이 교과부의 시책에 전적으로 발맞추지 않는 사실을 감안하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100점 만점 중 교과부가 중점을 두는 사업들을 19개 지표, 90점(정량평가 방식)으로 평가하는 반면, 각 교육청의 자율적인 사업에 대한 질적 평가에는 10점(정성평가 방식)만 배점됐다. 교육청의 자율 역점사업은 2개 과제만 제출하도록 했다. 민선 교육감 시대에 각 교육청에서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많은데도 대다수는 평가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우선 19개 지표 중에서 학업성취도평가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 및 전년대비 향상도는 7점이 배정됐다. 대구, 인천, 충북 등 초6ㆍ중3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낮았던 지역이 대부분 최상위 등급을 받았지만, 진보교육감은 성취도평가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학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업성취도 평가를 앞두고 진보교육감 지역의 학생들은 교육과정파행을 경험한 비율이 39.5%였던 반면, 그 외 지역에서는 78.7%가 파행을 경험했다. 교육과정 파행이란 음악ㆍ미술ㆍ체육 시간에 시험 대비 국영수 과목을 공부하고, 0교시나 7ㆍ8교시 수업을 하고, 수업시간에 문제풀이를 하는 것 등을 뜻한다.
소외된 아이들을 지원하는 교육복지 관련 점수는 이보다 배점이 낮다. 방과후 학교 취약계층 지원은 3점, 유치원ㆍ초등학생 돌봄지원은 5점 등이었다. 정량평가 중 학업성취도평가보다 배점이 높은 것은 학부모 만족도 지수(8점), 청렴도 지수(8점) 뿐이다. 학부모 만족도 지수 산출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하고, 청렴도 지수는 국민권익위원회 평가결과를 반영한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복지증진 평가 항목에 무상급식이 빠져 있는 등 교과부가 정한 몇몇 지표에만 맞춰 평가가 이뤄진다"며 "시도 특성에 맞는 자율적인 교육정책을 많이 추진할수록 점수가 적게 나오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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