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에는 적지 않은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그 중 재벌 개혁 정책을 둘러싸고 양당은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 등 불공정 행위 규제를 통한 공정거래 확립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완화를 통해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민주당이 9일 재벌 개혁을 위한 9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대선의 핵심 이슈인 경제민주화 선명성을 강조해 새누리당과의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발표한 9개 법안 중 핵심 내용은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과 대기업 순환출자 금지(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금산분리 강화(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재벌 범죄에 대한 사면 제한(사면법 개정안) 등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10대 기업을 대상으로 출총제를 재도입해 모기업이 자회사에 지분을 투자할 수 있는 비율 한도를 30%로 규정했다. 또 3년간 예외기간을 주는 조건으로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전면 금지하고,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지분 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낮춰 대기업의 금융계열사 소유를 금지했다. 이밖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뒤 형기의 3분의 2 이상을 채우지 않았거나 집행유예 중인 경우에는 사면을 제한하도록 했다. 대기업 범죄와 관련해 '유전무죄, 무전유죄'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민주당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 완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재벌 해체를 도모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성린 정책위부의장은 "출총제를 과도하게 도입할 경우 대기업의 투자를 막을 우려가 있으며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대기업 때리기는 대선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는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5월 말 '공약 실천 제1차 12대 법안' 등을 발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위한 정책을 다듬고 있다. 우선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해 정기적인 내부거래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중소기업이 3분의 2 이상 차지하고 있는 업종에 대해선 대기업의 진출을 규제하기로 했다. 또 부당 단가 인하 등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확대하고 중대한 담합 행위에 대해서는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이어 대기업 범죄와 관련, 국민 법 감정에 반하는 사면권 행사를 최대한 억제하는 정책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공정거래 확립 방안은 민주당의 공약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라며 "재벌 개혁에 관한 내용이 없는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에는 알맹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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