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9일 "정치는 생각을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 참여 움직임을 비판했다.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 전 지사는 이날 한국일보와 가진 동행 인터뷰에서 안 원장을 겨냥해 "큰 정당의 지원을 받아도 (정치)하기 힘든데 정당의 백그라운드 없이 힘들지 않겠느냐"고도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안 원장이 정치는 할 것 같다"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정된 뒤 10월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이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독재자의 딸이 아니라 스스로 독재자가 됐다"며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다면 5ㆍ16군사쿠데타의 합법성을 인정하고 광주 학살의 살인정권에 면죄부를 주는 역사의 후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기업 구조조정 등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하며 "국민의 정부에서 시작한 소득 및 지역 양극화가 더욱 심화한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희망대장정에 나선 김 전 지사가 광주에서 세종시로 이동하는 동안 그의 승용차에 1시간30분가량 동승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도중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상임고문이 김 전 지사에게 전화를 걸어와 잠시 인터뷰가 중단됐다. 김 전 지사는 통화에서 "정 고문의 담대한 진보를 구현할 수 있는 후보가 되겠다"면서 협조를 부탁했다.
_대선 출마를 해남 땅끝마을에서 발표했는데,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한 포석인가.
"땅끝마을은 태평양을 기준으로 보면 유라시아 대륙의 출발지이다. 변방이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 변방이 중앙이 되는 시대를 강조하고 싶었다. 또 호남은 지역감정의 피해자인 만큼 지역주의를 뛰어넘어 평등국가를 실현한다는 의미도 있다."
_지사직 사퇴에 대한 비판과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데.
"대선 출마는 지난 4월 총선 이전에 이미 결심한 것이다. 지사직과 대선 후보는 양립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선에 떨어지고 지사로 돌아가겠다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내가 경선에 탈락한다면 야권은 경남지사직과 함께 차기 정부도 잃게 될 것이다."
_이장과 군수, 장관, 지사를 지낸 히스토리가 있지만 중앙 정치 경험이 적다는 한계론도 거론되는데.
"도리어 중앙정치는 많이 했는데 현장이나 풀뿌리 정치를 모르는 정치인이 많다. 중앙정치를 잘 한다는 사람들이 나라를 이렇게 엉터리로 만든 것 아니냐. 미국도 연방정부가 실패하면 아칸소(빌 클린턴 전 대통령)나 조지아(조지 부시 전 대통령) 사단이 정리하지 않느냐. 나도 해남 땅끝 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 (중앙정치를) 정리하겠다."
_김 전 지사의 지지율이 여전히 2~3%로 낮은데.
"도정에 충실하다 보니 중앙에 알려질 기회가 적었다. 출마를 선언하고 희망대장정에도 나서고 하면 숨은 진가가 알려지지 않겠는가."
_김 전 지사가 주장하는 '비욘드 노무현'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
"참여정부의 가장 아쉬운 대목이 양극화 문제이다.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서민과 영세자영업자 등 지지계층을 1차적으로 대변하지 못하고 우를 범했다. 극복하는 방법은 경제 정의를 실현하는 길밖에 없다."
_김 전 지사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박근혜 의원의 집권은 민주주의 역사를 되돌리는 것이다. 박 의원은 특별히 한 일도 없다. 박정희 독재가 극성을 부릴 때 퍼스트레이디를 하면서 무엇을 배웠겠느냐. 총선 공천 과정이나 이후 당 운영을 보면 이미 독재자가 돼 있다. 역사의 퇴행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면에서 박 의원과 대척점에 있는 내가 야권 주자로 경쟁력이 있다."
_안철수 원장이 아직도 정치 참여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안 원장이 민주당에 들어와서 경선할 것 같지는 않다. 새누리당에도 가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 그런데도 변화와 혁신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지지율이 높은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결국 (안 원장이)정치를 할 것 같다. 민주당에서 경선이 끝난 뒤 10월쯤 연대나 단일화를 모색해야 한다."
_안 원장이 현실 정치에서 갖는 강점은 무엇인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안철수 현상?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역사성이나 정체성도 중요하다고 본다. 손학규 고문이 (나에게) 숙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정치도 오랜 경험이 중요하다. 안 원장 이야기는 비판적으로 해석돼 조심스러운데, 정치라는 게 혼자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정치의 집단지성은 정당이고 큰 정당의 지원을 받아도 힘든데 지원이 없다면 힘들지 않겠느냐."
_문재인 상임고문과는 같은 친노그룹으로서 지지층이 겹치는데.
"겹치지 않는 층에서 지지를 확보할 자신이 있다. 살아온 궤적이 다르고 특히 나에게는 권력의지가 있다. 시대와 역사적 과제를 해결하려는 소명의식이 진정한 권력의지라고 본다."
_친노세력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너무 의지한다는 비판도 있다.
"노무현 팔아서 도지사가 되려 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2010년 지방선거에서 노무현 이야기를 한 번도 안 했다. 나를 '리틀 노무현'으로 부르지만 가신그룹이 아니다. 2002년 대선 당시 나는 정치적 세력으로 노무현과 연대했다. 가치로 보면 범친노이지만 가신그룹의 친노와는 그래서 다르다."
_손학규 상임고문이 '영남후보 필패론'을 제기했는데, 동의하는가.
"그런 주장은 새로운 지역주의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20~30, 40~50세대의 기대에 답하는 방법이 아니다. 당내 경선에서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다."
_4ㆍ11총선에서 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와 제주해군기지 건설 중단 등을 주장한 데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인데 입장을 바꾸니 국민들이 신뢰를 보내지 않은 측면이 있다. 개혁공천의 실패와 한나라당의 프레임에 갇히는 오류, 민주당의 오만 등이 원인이 돼서 기대만큼 의석을 얻지 못했다."
_대선에서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는 어떻게 해야 하나.
"통합진보당이 우선 국민 신뢰를 확보하고 눈높이에 맞는 자기 혁신을 해야 연대를 할 수 있다. 민주적 절차와 진보진영의 도덕성이 파괴됐기 때문에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인터뷰=김정곤기자 jkkim@hk.co.kr
정리=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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