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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정지 당한 의사들, 승소율 '0'에도 소송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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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정지 당한 의사들, 승소율 '0'에도 소송 남발

입력
2012.07.0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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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의사들 소송을 왜 이렇게 많이 합니까?"

5월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의사 면허정지 취소 청구소송 공판 중 재판장이 원고인 의사에게 한 쓴소리다. 실제로 의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내는 소송은 늘어났다. 대법원 판결문 검색시스템에서 의사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낸 소송을 검색한 결과 2007년 17건, 2008년 19건에 불과했던 소송은 2009년 26건, 2010년 56건, 지난해 33건으로 증가 추세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18건이 제기됐다. 법조계가 최근 행정소송을 가장 많이 제기하는 단일 직종으로 단연 의사를 꼽을 정도다. 의사 개인이 아닌 병원 차원에서 낸 소송까지 더하면 소송 건수는 훨씬 더 늘어난다.

더 의미심장한 대목은 원고 승소율이다. 올해 상반기에 판결 선고된 18건 가운데 원고가 승소한 비율은 0%였다. 올해 의사들이 복지부를 상대로 냈던 소송은 전부 기각되거나 각하된 것이다. 행정소송의 평균 원고 승소율이 20%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의사들이 다른 직종들보다 소송을 많이 내는 것은 물론, 이들이 낸 소송 대부분이 무리했다는 점을 방증하는 통계"라고 꼬집었다.

의사들이 주로 제기하는 행정소송은 면허 정지처분 취소 청구소송이다. 불법 의료행위를 하다 적발된 의사들이 복지부로부터 일정기간의 자격정지나 면허취소 처분을 받자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이다. 소송을 낸 의사들은 대부분 ▦의료기구를 불법 재사용하는 등의 수법으로 건강보험료를 과다 청구하거나 ▦건강보험 급여 진료대상을 비급여로 처리하거나 ▦무허가로 광고를 게재하다 적발돼 면허가 정지되는 경우였다.

한 예로 대전 서구의 한 정형외과 의사 김모씨는 2000~2004년 물리치료 횟수를 속여 진료비를 과다 청구해 1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채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 뒤 복지부는 2011년 김씨에 대해 7개월 간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고 김씨는 "뒤늦게 자격정지 처분을 했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박태준)는 지난달 "범죄를 저질러 유죄가 선고됐다면 의료법에 따른 면허정지 처분이 뒤따를 것임은 통상적으로 예견될 수 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 5월에는 진료내역을 조작해 있지도 않은 환자에게 스틸녹스(마약성분이 함유된 최면진정제)를 처방한 뒤, 자신이 복용해온 부산 해운대구의 한 의사가 2년여 간 자격이 정지되자 소송을 냈다 기각됐다.

이 같은 소송 증가는 복지부가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행정처분이 늘고 있으나 의사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항변의 목소리도 나온다. 불법 의료행위 적발시 병원에 대한 영업정지는 물론, 의사 개인의 면허까지 정지하는 것은 이중처벌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의료광고 규제 등 복지부의 잦은 정책 변경 때문에 의도치 않게 법을 어기는 경우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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