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競選)'의 사전적 뜻은 '둘 이상의 후보가 경쟁하는 선거'다. 10일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은 그런 의미의 경선이라 부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일방적 독주로 끝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대선 후보 경선이 아니라 사실상 '박근혜 추대 절차'가 시작되는 셈"이라는 말도 나왔다.
박 전 위원장과 각을 세워 온 비박(非朴) 주자 3인 중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이 9일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경선은 더욱 김 빠진 승부가 됐다. 비록 김문수 경기지사가 곡절 끝에 경선에 참여키로 했지만 박 전 위원장의 독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박 전 위원장과 김 지사 외에 경선 참여를 선언한 후보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다. 하지만 그간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박 전 위원장을 제외한 4명의 후보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3~7%에 그친다. 박 전 위원장 지지율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경선 흥행엔 빨간 불이 켜졌고, 국민은 이미 결과가 나와 있는 새누리당의 경선을 외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나마 김 지사가 참여함으로써 마지막 남은 흥행 카드의 불씨는 살린 셈이다. 비록 김 지사의 지지도는 높지 않지만 정치적 무게감을 갖춘 데다 '수도권 주자' '민주화 운동가 출신' 등의 상징성을 갖고 있어 어느 정도 경선 흥미를 돋우게 했다는 평이다.
이런 이유에서 그간 박 전 위원장 진영에서 김 지사의 경선 참여를 적잖이 바라고 있었다. 실제 박 전 위원장 측에서는 정 전 대표나 이 의원에겐 무관심ㆍ무대응으로 일관했지만, 김 지사에 대해서는 여러 채널을 통해 경선 참여를 설득해 왔다. 친박계 인사들이 그간 김 지사를 '포스트 박근혜이자 차차기 유력 주자'라고 띄운 것도 김 지사를 경선 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었다.
김 지사 측에 따르면 홍사덕 박 전 위원장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과 황우여 당 대표가 경선 참여를 강력하게 권유했다고 한다. 김 지사는 12일쯤 경선 참여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주 중까지는 참여 쪽으로 기울었다가 주말쯤엔 불참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후 캠프 내부에서는 경선 참여와 불참 의견이 팽팽히 부딪혔지만 이날 최종적으로 김 지사가 경선 참여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날 당내에 김 지사가 당내 수도권 쇄신파 중진 의원에게 경선 캠프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김 지사의 경선 참여는 어느 정도 예측됐다. 또 김 지사가 17일 관훈토론회에 참여키로 결정하자 당 내부에서는 경선 참여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였다.
한 친박계 인사는 "국민들은 이제 박 전 위원장과 2위권이 어느 정도 격차가 나느냐 하는 부분과 과연 2위권 싸움에서는 누가 승자가 되느냐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며 "김 지사의 참여로 경선이 최소한의 모양새는 갖추게 됐다"고 자평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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