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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재판관 공석 1년 중요 사건 손도 못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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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재판관 공석 1년 중요 사건 손도 못댄다

입력
2012.07.0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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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지난해 7월 퇴임한 조대현 전 재판관의 후임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10일로 꼬박 1년을 채우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빚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 넘게 늦게 개원한 19대 국회에서도 다른 현안에 밀려 헌재 재판관 인선 얘기는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재판관 9인 체제'가 무너진 위헌적 상황이 단기간 내 봉합되기 어려운 가운데 헌재의 파행 운영에 따른 부작용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강국 소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재판관 사이에 견해가 대립할 때 한 표가 중요한데, 그런 경우 새 재판관이 들어오면 의견을 들어보자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한 발언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뚝 떨어진 위헌 결정 비율이다. '8인 재판관 체제'로 운영된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헌재가 처리한 1,304건의 사건 가운데 2.9%인 38건이 위헌(헌법불합치, 한정위헌 등 포함) 결정이 내려졌다. 이는 2010년 처리사건 1,611건 가운데 4.7%인 76건이 위헌 결정된 것과 비교해볼 때 비율은 물론 결정 건수 자체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판관 공석이 '정착'된 올해로 한정하자면 위헌 비율은 1.3%(처리 865, 위헌 12)로 급감했다. 위헌 가능성이 있는 민감한 사건들의 처리를 미루고, 합헌가능성이 높은 사건들을 우선 처리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더욱이 야간 옥외집회 금지조항(집시법 10조)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기간인 1년이 넘도록 법이 개정되지 않고 있어 헌재의 위헌 여부 판단이 시급한데도 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간통이나 낙태, 사학법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 미뤄지고 있는 것도 헌재의 파행 운영 결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 대해 헌재는 속앓이만 하고 있다. 지난 2월 이강국 소장이 국회의장 앞으로 공개서한을 전달하고, 19대 국회 개원 시점에는 직접 국회를 찾아가면서까지 재판관 공석사태 해소를 강력하게 주문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자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게다가 18대 국회에서 후임 재판관으로 추천이 됐다가 국회 의결을 통과하지 못한 조용환 변호사가 재추천을 사양한 것도 헌재에게는 악재다. 새로운 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해 인준하는 절차만큼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9월 목영준 재판관 등 4명의 재판관 퇴임 이후에도 공석이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 인준이 국회 전권이기는 하지만,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국민의 기본권 침해 등을 판단해야 하는 헌재의 파행 운영을 방기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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