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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연, US여자오픈 우승/ 꿈이 시작된 곳에서… 세리키드 꿈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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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연, US여자오픈 우승/ 꿈이 시작된 곳에서… 세리키드 꿈을 이루다

입력
2012.07.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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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 소녀는 1998년 블랙울프런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35ㆍKDB금융그룹)가 우승을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이 장면을 보면서 골프 선수가 돼 LPGA 투어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고, 정확히 14년이 지난 뒤 박세리가 우승한 같은 장소에서 US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미국프로골프(LPGA) 투어 공식 홈페이지는 9일(한국시간)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얼짱 골퍼' 최나연(25ㆍSK텔레콤)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세리 키즈' 최나연이 멘토가 보는 앞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최나연은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블랙울프런 골프장(파72·6,954야드)에서 열린 제67회 US여자오픈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트리플 보기 1개와 보기 2개, 버디 4개를 맞바꾸며 1타를 잃었지만 최종 합계 7언더파 281타를 쳐 정상에 올랐다. 3언더파 285타로 2위를 차지한 양희영(23ㆍKB금융그룹)과는 4타 차다. 우승 상금은 58만5,000달러(약 6억7,000만원).

이로써 LPGA 통산 6승을 올린 최나연은 박세리(1998년), 김주연(2005년), 박인비(2008년), 지은희(2009년), 유소연(2011년)에 이어 6번째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최나연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계 랭킹이 지난주보다 세 계단 오른 2위에 자리했다. 1위는 '대만의 박세리' 청야니다.

6타나 앞선 가운데 최종 라운드에 나선 최나연은 한 때 양희영에게 2타 차로 쫓기기도 했지만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면서 정상에 올랐다.

14년 전 '맨발 투혼'을 발휘하며 우승했던 박세리는 10년 후배인 최나연의 우승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본 뒤 샴페인을 뿌리며 축하했다.

최나연은 "세리 언니의 경기가 먼저 끝났기 때문에 나를 기다려 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대선배가 우승을 축하해줘 너무 기뻤다"면서 "이번 대회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출전했는데 마음을 비우니까 역시 잘 되는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일희(24ㆍ볼빅)는 2오버파 290타 공동 4위, 박세리는 4오버파 292타로 박인비(24)와 함께 공동 9위로 대회를 마쳤다.

환상 러프 샷으로 끝냈다

최나연은 10번 홀(파5)에서 티 샷 실수로 트리플 보기를 범했다. 티 샷을 왼쪽 해저드에 빠뜨린 최나연은 볼이 떨어진 지점을 놓고 경기위원과 이견이 발생, 해저드 바로 옆에서 드롭하지 않고 티잉 그라운드로 다시 돌아가 티 샷을 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10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면서 2타 차로 쫓긴 최나연은 12번 홀(파4)에서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두 번째 샷이 감기면서 공이 왼쪽 러프에 빠졌다. 카메라 중계 화면에도 공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깊은 러프였고 경사가 심해 공을 꺼내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최나연은 클럽을 짧게 잡고 수 차례 연습 스윙을 했다. 한 번에 러프에서 벗어나려는 강한 의지가 돋보였다. 잘 해야 보기를 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최나연은 정확한 임팩트로 러프에서 탈출해 공을 홀 컵 5m에 안착시켰다.

힘들게 러프에서 나온 최나연은 맹추격하던 양희영이 지켜보는 가운데 5m 파 퍼팅을 성공시켰다. 버디보다 값진 파 세이브였다.

12번 홀 고비를 넘긴 최나연은 13번 홀(파3)에서는 티 샷이 돌에 맞은 뒤 그린 주변 러프에 떨어지는 행운까지 겹치면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최나연은 "10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해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11번 홀에서 버디를 잡고 12번 홀을 파로 막은 것이 우승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12번 홀의 경우 볼이 떨어진 지점을 살펴보니 치기가 힘들어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할 생각도 했다. 하지만 드롭 지점도 좋지 않다고 판단해 탈출 목적으로 무조건 세게 쳤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세리 키즈'에서 세계 최고로

최나연은 '세리 키즈'의 선두주자다. 98년 박세리가 US오픈에서 '맨발 투혼'을 발휘하며 우승하는 장면을 보면서 골프를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03년 국가대표로 뽑힌 최나연은 2004년 ADT캡스 인비테이셔널에서 '프로 언니'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2005년 프로 전향 이후 국내 투어에서 3승을 거두고 2007년 LPGA 투어 조건부 출전권을 받아 2008년 투어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최나연은 신지애, 송보배, 박희영, 안선주, 이선화 등 미국과 일본 무대에서 맹활약한 동기들보다 우승 소식을 늦게 전했다. 2009년 9월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55개 대회 출전만의 첫 승의 벽을 넘어선 최나연은 이후 빠른 속도로 투어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최나연은 그 동안 갈구하던 메이저대회 첫 우승을 14년 전의 역사적 장소에서 이뤄냈다.

최나연은 "세리 언니가 장하다는 말을 해줬다. 너무 감사하고 잊을 수가 없다"며 "14년 전 세리 언니를 보고 꿈을 키웠는데 언니와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이 감동적이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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