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독재 종식 후 리비아에서 처음 실시된 선거에서 자유주의 세력이 이슬람 세력에 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아랍의 봄' 이후 선거가 치러진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모두 이슬람주의를 내세운 정당이 승리한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AP통신은 7일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 마무드 지브릴 전 과도국가위원회 총리가 이끄는 국민전선(NFA)이 트리폴리, 벵가지 등 주요 도시에서 과반을 차지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파이살 크렉시 NFA 사무총장은 "출구조사와 개표소에 파견된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가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NFA와 경쟁하는 정의건설당도 NFA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인정했다. 리비아 무슬림형제단이 만든 정의건설당은 당초 이번 선거에서 과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무슬림형제단을 이끌고 있는 히샴 크렉시는 8일 "25% 정도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패배를 시사했다. 정의건설당이 이슬람주의를 대표한다면 NFA는 자유주의 및 세속주의 성향으로 분류된다.
리비아에 앞서 선거가 실시된 이집트와 튀니지에서는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주의 세력이 제1당을 차지했기 때문에 리비아에서도 이슬람 세력이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NFA의 승리가 예상됨에 따라 아랍의 봄 이후 이어진 이슬람주의 물결이 리비아에서 깨질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망했다.
리비아 선거가 이집트나 튀니지와 다른 경향을 나타내는 것에 대해 AP통신은 리비아 무슬림형제단이 카다피 정권과 연계된 과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이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에서 탄압을 받은 것과 달리 리비아 무슬림형제단은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의 권력 승계에 협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알이슬람은 협조의 대가로 2003년부터 무슬림형제단 150여명을 석방하고 자신이 관리하는 기구의 여러 자리를 내줬다. 카다피도 술을 금지하고 일부다처제를 법제화하는 등 이슬람주의를 통치에 활용했다. 친이슬람 성향 정치평론가인 파티 알파드알리는 "과거 정권과 연루된 사람은 지금 누구건 경멸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NFA를 이끄는 지브릴이 리비아 최대 종족인 와팔라족인 것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NYT는 리비아 인구 600만명 중 약 100만명을 와팔라족으로 추정했다. 와팔라족은 본거지인 서부뿐 아니라 수도 트리폴리와 벵가지에도 다수 거주하고 있다. NFA는 이 지역 모두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리비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결과 발표 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종 결과가 나오려면 최대 1주일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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