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완(40) 스무디즈코리아 대표가 '스무디킹'을 처음 접한 건 유학시절이었다. 부친이 중견 전자부품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가업을 물려받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는 이 신선음료가 국내에서도 통할 것이라 생각했고, 스무디킹 창업자를 찾아가 한국 사업권을 따냈다. 그로부터 9년 뒤, 김 대표는 본사 자체를 사들이게 됐다.
세계적 스무디 브랜드 스무디킹의 한국법인인 스무디즈코리아는 미국 본사를 미화 5,000만달러(한화 580억원)에 인수했다고 9일 밝혔다. 2003년 스무디킹을 한국에 처음 들여 온 김 대표가 미국 본사를 인수한 것이다. 2005년 성주그룹이 독일 브랜드 MCM을 인수하고 2007년 휠라코리아가 휠라 본사를 인수한 적이 있지만, 지사가 본사를 사들인 건 식음료 업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스탠다드차타드가 운영하는 사모펀드 SCPE와 국민연금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마련했다.
김 대표는 중견 전자부품회사인 경인전자 김효조 회장의 장남. 고교졸업 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보스턴대(경영학)와 UC어바인(경영석사) 등을 거쳤다. 유학시절 건강한 과일에 비타민과 아미노산 등 영양소가 담긴 가루를 뿌려먹는 '건강 음료' 콘셉트가 국내에서도 통할 것이라 생각하고, 스무디킹의 창업자인 스티브 쿠노에게 직접 찾아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스무디킹은 미국에만 있는 브랜드였고 해외 진출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2003년 명동에 1호점을 내고 시작했지만, 상당 기간은 인공색소와 시럽으로 맛을 내는 '슬러시'와 진짜 과일을 갈아 넣는 '스무디'를 혼동하는 고객들로 인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2007년 32호점을 낼 때까지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고 임대료 내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을 시작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합성착색료, 합착향료, 합성보존료, 합성감미료, 트랜스지방, 옥수수시럽 등 6가지를 사용하지 않는 '6무(無) 원칙'을 토대로 건강 콘셉트를 강화하며 신제품을 내놓자 점차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아침 식사 대신 스무디를 마시며 다이어트를 하도록 하는 이벤트를 벌인 것도 성공적이었다. 결국 최근 140호점을 내고 매출액도 연 450억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스무디킹 매장이 700여개, 매출액이 2,500억원 정도인데 이중 18%를 한국에서 달성한 것.
미국에서도 날씨가 더운 남부 위주로 매장을 운영해 왔던 창업자에게 4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의 성공은 놀랄 만한 것이었다. 특히 김 대표가 앞으로 가장 큰 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 아시아권 진출 계획을 설명하자, 미국 본사는 한국 법인에 인수되는 데 동의했다.
김 대표는 미국 매장 수를 2017년까지 3배인 1,500개로 늘리는 한편 직영점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또 올해 말로 예정된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와 중국에 차례로 진출해 아시아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국에서도 5년 내 300호점까지 출점한다는 구상이다. 아시아 쪽 투자에 관심이 많은 스탠다드 차타드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도 이 같은 김 대표의 계획을 신뢰했기 때문이라고 스무디즈코리아 관계자는 전했다.
김 대표는 "스무디킹 본사를 스무디즈코리아가 인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면서도 가치 있는 일"이라며 "이번 인수합병을 계기로 글로벌 마케팅을 더욱 가속화해 대한민국 외식업계의 새로운 신화를 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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