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이,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에 맞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 차원의 공동 대응을 모색하기로 했다. 미국이 최근 동남아와 경제ㆍ안보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어 동남아와 미국이 한편이 돼 중국과 겨루는 공동전선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ASEAN 회원국 10개국은 9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ASEAN 외무장관회의에서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당사국의 기본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는 행동수칙안 핵심 골자에 최종 합의했다. 새로 합의한 행동수칙은 2002년 중국과 ASEAN이 ▦지역 평화 및 안정 유지 ▦무력행사 자제 등을 골자로 체결한 남해각방선언(南海各方宣言)에 상당한 법적 구속력을 부과할 것으로 평가된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이 수칙안을 놓고 중국 측과 협상에 나서 온 연말까지 합의점을 도출할 방침이라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관측통들은 12일 프놈펜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회의에서 아세안 국가들과 중국이 이 문제를 놓고 처음으로 머리를 맞댈 것으로 예상했다. 수린 피추완 아세안 사무총장은 "모든 당사자들과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협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들의 발 빠른 행보와 달리 중국은 미온적 반응을 보이는 데 그쳤다. 류웨이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행동수칙 제정의 취지는 남중국해 분쟁 해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련국들의 상호 신뢰 촉진과 협력 강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여건이 성숙하는 때 아세안 측과 행동수칙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양측이 신속히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지금까지 남해각방선언의 유지를 주장하면서 행동수칙 제정을 명시적으로 반대해 왔다.
한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번 주 중 프놈펜을 방문, ARF 회의에 참석해 ASEAN 국가들의 중국 압박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클린턴 장관은 8일 아프가니스탄 지원국 회의 차 일본 도쿄를 방문해 "행동수칙 문제에 진전이 필요하다"며 "ASEAN과 중국은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외견상 양측의 협상 참여를 촉구한 것이지만, 중국이 사실상 남중국해와 관련한 모든 협상을 거부해 왔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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