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7~9월 전국 노동자 200만명은 3,300여건의 파업을 벌이며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대투쟁에 나섰다. 생존권 보장과 작업장 민주화를 요구하는 외침이었다. 사반세기가 흘렀다. 하지만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은 여전히 이들의 삶을 옥죈다. KBS1 '시사기획 창'은 노동자 대투쟁 이후 25년이 지난 오늘날의 노동현실을 되짚었다.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800만명. 전체 임금 노동자의 절반이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현실에 매달려 생계를 잇는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해도 대우는 그들보다 한참 못한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다. 최저 생계비를 갓 웃도는 저임금은 1987년 품팔이 노동자와 닮았다. 하지만 800만명 비정규직 노동자 중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람은 1.9%. 먹고 사는 게 급한 이들에겐 그런 활동조차 '사치'일지 모른다.
노동자의 삶을 규정하는 또 다른 단어는 정리해고다. 2009년 쌍용자동차 노사는 77일간의 장기파업 끝에 대타협을 이뤘다.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의 52%가 희망퇴직하고, 나머지 48%는 1년간 무급휴직 후 복귀한다는 내용이었다. 3년이 지났으나 어느 누구도 회사에 다시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해고자, 퇴직자, 그들의 아내 등 22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묻는다. 기업의 경영이 어려운 게 노동자들만의 책임인가. 정리해고와 같은 잣대로 대주주와 경영진에겐 왜 책임을 묻지 않나.
그래서 다시 거리로 나선다. 한때 진보 정당에 기대를 걸었으나 부정선거 등으로 진보적 가치를 잃어버린 노동자 정당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당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8월 연대 총파업 투쟁을 예고했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역시 10월 총회투쟁을 선포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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