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백영옥(38)씨만큼 출판시장과 독자층을 세밀히 파고드는 작가도 드물다. 세계일보 문학상을 수상한 첫 장편 <스타일> 은 "한국의 '나오키상'(대중소설에 주는 일본의 문학상)이라고 여기며 준비한 작품"이고, 인터넷서점 예스24에 연재한 <다이어트의 여왕> 은 20~30대를 겨냥해 쓴 작품이다. 덕분에 <스타일> 은 드라마로 제작되며 30만부 이상의 판매를 올렸고, <다이어트…> 역시 못지않은 반응을 일으켰다. 1만부 판매도 어려운 작금의 문학판에서 반가운 일이다. 작가는 "대중성을 의식해 작품을 쓰기보다는 제 취향에 대중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고 카피라이터, 패션잡지기자, 인터넷서점 MD(상품기획자) 등을 거치며 대중적 감각이 자연스럽게 몸에 익었다는 설명이다. 다이어트…> 스타일> 다이어트의> 스타일>
백씨의 세 번째 장편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자음과모음 발행, 이하 실사모)은 한국과 중국 포털사이트에 연재하고, 책으로 출간하는 '글로벌 디지털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한국에서는 지난 봄 자음과모음 카페에 연재해 이번 주 출간됐고, 중국에서는 다음 달 중순부터 인터넷서점 '당당왕'과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에 일부를 연재한 다음 가을께 출간할 예정이다. 작가는 "중국과 공동 프로젝트라 보편적인 주제를 생각했다"며 "연애와 실연, 시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연당한>
이야기는 스튜어디스 윤사강, 기업교육 강사 이지훈이 '실사모'에 참석한 풍경에서 시작된다. 사강은 유부남 조종사인 한정수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지훈 역시 캠퍼스 커플로 10여 년 간 사귄 정현정에게 차였다. 이들을 비롯한 23명의 실연당한 사람들은 함께 아침을 먹고, 로맨스 영화를 보고, 과거 연인으로부터 받았던 선물 등을 교환하기도 한다. 이 모임을 기획한 커플매니저 정미도가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는 중심인물이다. 이런 풍경이 그려진 1,2장이 지나면 각자의 사연이 소개된다. 이별에 대처하는 세 남녀의 자세, 이들의 엇갈린 이야기가 도쿄, 서울, 뉴욕 등 다양한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백씨는 지난해 이 작품을 800매 가량을 썼다가 "번역을 견뎌낼 문장"을 고려해 초고를 전부 버리고, 다시 썼다. "제목인 '실사모'에 여러 겹의 이야기를 숨겨두어서 예민하게 읽으면 더 재미있는 소설"이라며 그 의미를 살짝 귀띔해 준다. 소설의 제목인 '실사모'는 말 그대로 실연당한 사람들의 모임이자, 이들이 모인 레스토랑의 이름, 정미도가 기획한 결혼정보회사 이벤트, 실패한 영화감독인 결혼정보회사 CEO의 못다 이룬 꿈 등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백씨는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관심이 많다"며 "실패, 실연에 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쓰고 싶어 이 작품을 썼고, 다음에 나올 두 번째 단편집도 실연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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