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의 남부초등학교 6학년 5반 건우는 담임선생님만 4명이다. 올해부터 남부초가 여러 반을 묶어 여러 교사가 공동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는 '팀티칭(team teaching)'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5학년 7개 반과 6학년 9개 반을 3~4반씩 나눠 팀을 꾸렸다. 건우가 속한 B팀(4~6반)은 일과시간 내내 교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원래 담임선생님, 사회를 가르쳐주는 4반 담임선생님, 체육을 담당하는 6반 담임선생님, 과학과 음악을 전담하는 교과전담선생님까지 4명의 담임교사에게 배운다. 담임교사들은 각자 자신 있는 과목을 하나씩 정해 교환수업을 하고, 팀 전체의 담임으로 공동책임을 진다.
4명의 담임교사 있는 남부초
"갈수록 고학년 아이들 생활지도가 어려워져요. 담임교사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반의 모든 아이들과 1년 내내 잘 맞춰나가기 힘듭니다. 고민 끝에 여러 명의 선생님이 머리를 한데 모으기로 한 거죠." 팀티칭은 교사들 사이에 고학년 기피현상을 보다 못한 안종복 남부초 교장이 내놓은 묘안이었다. 안 교장은 "교사도 사람인 이상 한 반에 몇몇은 성향이 맞지 않는 학생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럴 때 교사나 학생이나 1년이 괴롭게 된다"며 "이 학생들도 4~5명의 교사 중 적어도 1명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교사 여럿이 한 팀을 이루면서 학생이나 교사에게 여러 가지가 달라졌다. 먼저 수업전문성이 높아졌다. 18년째 교직에 몸담아온 강미영 교사(6학년 5반 담임)는 "같은 내용으로 세 번 수업을 하게 되니까 수업전문성이 늘고, 수업을 준비할 때부터 시간과 정성을 더 들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업을 반복하자 아이들 반응에 따라 보완할 기회도 생겼다. 서로의 '교실 안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고, 말하지 못했던 폐쇄적인 교실 문화도 허물어져 서로 묻고 배우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교사들에게 수업보다 더 부담스러운 생활인성지도에 대해서도 학생과 교사 간 일대일 결연으로 부담을 나눠지고 있다. 형편이 어렵거나 학습이 부진한 학생을 2명씩 결연해 제과제빵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등 밀착된 지도가 가능해졌다. 강 교사는 "지도가 어려운 아이에게는 4명의 교사가 함께 지원하고 있다"며 "아직 한 학기에 불과하지만 6학년 아이들 치고 아주 안정적"이라고 평했다. 그는 "자꾸만 밖으로 도는 아이를 많이 혼냈었는데 가정방문을 가봤더니 왜 말을 잘 안 듣는지, 마음이 왜 어두운지 이해가 잘 됐다. 이후부터는 아이를 이해하고 마음으로 품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교사 자율성과 전문성 높이기
남부초의 실험은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주체적으로 교사 스스로의 교육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초등 교사는 중고교 교사와 달리 학과별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르치는 내용도 보다 단순해 그저 정해진 진도만 나가면 그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 초등 교사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사운동단체인 사단법인 좋은교사운동이 2일 개최한 토론회 '초등교사의 교육기획력을 말하다'에서 문경민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학교에서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자신의 특성과 학생의 상황을 고려해 가르칠 내용을 구성하고 기획해내는 능력이 바로 교육기획력"이라며 "입시로부터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는 초등교육을 보다 충실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교사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초등교사가 교육기획력 즉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토론회에서는 담임교사가 1년간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해 시도교육청에 공모해 선정되면, 학교의 간섭 없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학급제가 제안됐다. 한편에서는 동료 교사들 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또한 같은 학년에서 3명 이상의 교사가 모여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교사자율공동체제도 논의됐는데 남부초의 팀티칭이 한 사례다.
고학년 교육과정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고학년 담임을 연임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학년이 바뀌고 학기 시작 직전에 배정이 이루어져 학년별 교과를 따로 준비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같은 학년의 모든 학생을 동일한 시험문제로 평가하는 학년별 평가를 교사별 평가로 바꾸는 안도 제시했다.
문 위원장은 "교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나눠 교사를 주체로 하는 스몰스쿨제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 중앙기독초와 보평초에서 시행하고 있는 스몰스쿨은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으로 학년군을 만들고, 각 학년군별 교육과정을 교사들이 편성 운영하는 것이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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