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만들고 있는 책의 교정지를 읽다 잠이 들었다. 전국의 숨은 우리 예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이미 노인이 된 그들의 삶과 문화를 재조명하는 라는 제목의 책. 편집자로서의 객관성을 잃고 주관적인 감상에 흠뻑 빠져 있던 차, 자고 일어나 보니 공옥진이라는 이름 석자가 검색어 3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내 입에서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아, 돌아가셨구나. 아니나 다를까 향년 81세로 삼가 명복을 빈다는 근조 메시지 속 한 예인. 공옥진 여사의 죽음이었다. 나는 교정지 묶음에서 침을 묻혀 넘겨가며 밑줄을 그어 읽던 그 페이지를 찾아냈다.
'흰옷 입은 심청 언니'라는 제목 속 근 열두 페이지 속에 고스란히 담긴 공옥진 여사의 한 생. 일제강점기와 6ㆍ25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을 거치면서 이 땅에서 예인으로 산다는 게 삶과 죽음의 거리만큼이나 극단적인 굴곡임을 몸소 증명해 보인 여인.
그런데 내가 익히 들어온 건 그저 '병신 춤'의 대가라는 수식어뿐이니, '병신'이란 단어 때문에 가벼이 웃어넘기던 여사의 춤을 다시 한번 떠올려봤다. 의식 있는 어른들이 그렇게 희화화하지 않았다면 보존도 누림도 지금과 같지는 않았으련만. 그 어르신이 2NE1 공민지의 할머니로 연관 검색어가 뜨기에 검색창에 내 이름 한번 쳐봤다. 흔한데다 유명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이 어찌나 다행인지, 그래서 나 위한답시고 무난한 이름을 지어준 걸까. 공옥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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