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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낮아진 출산율 해결 방안 구체적으로 제시 못한 점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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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낮아진 출산율 해결 방안 구체적으로 제시 못한 점 아쉬워

입력
2012.07.0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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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지적한 것처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 현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평균 수명이 늘어 인구는 고령화되어 가는데 출산율이 떨어져 젊은 세대의 수가 줄어든다면 사회 전체의 활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양비의 부담이 커지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학생의 글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출산율이 떨어진 원인을 총체적으로 되짚어보는 시각의 부재다. 한국의 공공사회복지분야 지출은 국내총생산의 7.5%에 지나지 않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을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비단 복지뿐만이 아니다. 선진국을 자처하기 민망할 정도로 사회적 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 차별이나 여성 차별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아 OECD에서도 개선을 권고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문제들은 고스란히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사교육비, 대학 등록금 등 자녀 양육에 따르는 경제적 비용은 너무 많이 올랐다. 과거와 달리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88만원 세대', '삼포 세대'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결혼한 여성들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어렵다. 집값 문제는 구태여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한국 사회에서 한 번 낙오된 사람에게 예비된 삶이 어떤 것인지 젊은 부모들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직면한 엄혹한 현실을 외면한 채 경제 성장을 위해 아이를 낳으라고 선전하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국가권력의 횡포에 가깝다.

그렇다면 5,000만이라는 수에 집착해 국민에게 무작정 출산을 권하는 것은 한 나라의 정부―제대로 된 정부―가 취해야 할 온당한 태도라고 할 수 없다. 출산 이후 아이들의 삶의 질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먼저 젊은 부모들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순서다. 지금까지 정부와 지자체가 여러 가지 출산율 대책을 내놓았지만 눈에 띄는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은 부모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정도가 극히 미미했기 때문이다.

학생이 주장하는 것처럼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의 '근본 구조'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이 제시하고 있는 대책들은 대체로 새로울 것이 별로 없는 것들이다. 한 가지만 예로 들면,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을 억제하자는 주장은 그 자체로는 타당하다. 문제는 거기에서 선언적 의미 이상의 구체성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오랫동안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사교육 대책이 발표되고 정책화되었지만 사교육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학생이 언급하고 있는 다른 대책들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정리하자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문제의 해결을 가로막고 있는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사회 구조가 달라지지 않으면 출산율 문제도 해결되기 어렵다. 지금까지 경제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국민들의 출산 의욕을 떨어뜨리는 수많은 국가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해 온 것은 바로 정부였다. 바로 그 정부가 이제 와서 경제 성장을 위해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고 선전하는 것은 원인제공자가 대책을 내놓으라고 큰소리를 치는 격이다. 정부 정책의 혜택의 대상이 돼야 마땅할 국민에게 오히려 정부 정책의 성공을 위해 출산으로 '지지를 보내자'고 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것일 뿐만 아니라 민주적 가치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에는 눈감은 채 애국심 마케팅을 할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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