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PC)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은 커지는 반면 태블릿 PC는 갈수록 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하기 간편할 뿐만 아니라 동영상이나 뉴스 보기가 편한 최적의 제품이 무엇이냐는 업체들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인데,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크기의 제품에 손을 들어 줄지 주목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거 3인치대 위주였던 스마트폰은 4~5인치로, 10인치 중심이었던 태블릿 PC는 7~8인치대로 각 사의 신제품 크기가 바뀌고 있다.
가장 먼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키운 업체는 삼성전자. 이 업체의 '갤럭시S1'(4.0인치)과 '갤럭시S2'(4.3인치)는 5,200만대(올해 5월 기준)의 누적판매를 기록,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이어 공개한 5.3인치의 '갤럭시노트'(2011년10월말)도 출시 7개월 만에 700만대가 팔렸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략 모델인 갤럭시S3 역시 4.8인치로 선보였다.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LG전자의 '옵티머스 뷰'와 팬택의 '베가 넘버5'는 5인치대 제품이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하듯, 관심이 집중된 애플 '아이폰5'의 화면도 4인치대 이상으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애플이 차기 아이폰용 패널로 4인치대 패널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그 동안 고 스티브 잡스 창업주의 뜻에 따라 아이폰 시리즈를 3.5인치만을 고수해 왔다.
스마트폰의 화면이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보기 편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 무선인터넷 환경이 좋아지면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데, 3인치대 화면으로는 원활한 감상이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3인치대의 작은 화면으로는 콘텐츠 감상에 한계가 있다는 불만이 많았다"며 "5인치에 가까운 대화면 스마트폰은 이런 고객들의 욕구를 해소해 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태블릿PC의 디스플레이는 오히려 작아지는 추세. 당초 출시됐던 9~10인치대의 태블릿PC는 큰 화면으로 시원한 맛은 있었지만 휴대성은 떨어진다는 불평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 선보인 7인치 짜리 '킨들파이어'(199달러)가 지난해 4분기 세계 태블릿 PC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54.7%) 마저 빼앗아 오면서 17%까지 성장했다. 아이패드(9.7인치)로 태블릿PC 시장을 개화시킨 애플이 7인치대의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을 것이란 잇따른 전망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애플은 그 동안 '아이패드2'와 '뉴 아이패드'를 선보이면서도 화면 크기를 바꾸진 않았다.
다른 태블릿PC 업체들도 7인치대로 화면 크기를 줄여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엔 이미 7인치, 7.0 플러스, 7.7인치 등 3종류의 7인치 화면을 탑재한 태블릿 PC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구글이 지난달 말 태블릿PC로 첫 선을 보인 '넥서스7' 역시 7인치 화면을 탑재했다. LG전자의 '옵티머스 패드'와 팬택 '엘리먼트' 등도 8인치대에 출시됐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의 관심사는 확실하게 다르다"며 "휴대성과 가독성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업체들의 화면 크기 조정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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