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등 자연재해로 헌혈이 급감해 혈액 부족이 우려되는 미국에서, 에이즈 감염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금지해 온 남성 동성애자 헌혈을 허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NN 방송은 미 하원의원 64명이 6월 보건복지부에 "남성 동성애자의 헌혈을 막는 규제를 없애자"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냈다고 7일 보도했다. 이들은 "헌혈 금지는 동성애자 차별이며 안정적 혈액 공급을 제한하는 불필요한 구습"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6월에만도 전국 헌혈량이 전달에 비해 10% 줄어드는 등 혈액 부족 사태에 따른 우려 때문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1977년 헌혈을 받은 혈우병 환자가 에이즈에 감염되자 남성 동성애자 헌혈을 금지했다. 당시 의학 기술로는 헌혈된 혈액이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에 취한 조치였는데 FDA는 그 조치를 지금껏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학적 검사로 HIV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알 수 있고 동성애가 에이즈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만큼 이를 고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원의원 마이크 퀴글리는 "한 명의 상대와 안전한 성관계를 하는 동성애자는 여러 명의 상대와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맺는 이성애자보다 에이즈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남성 동성애자 아담 데니는 "남성 동성애자라면 으레 에이즈 환자일 것이라는 편견을 강화하는 규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UCLA 동성애 연구소 윌리암스 인스티튜트의 연구에 따르면 약 1년간 성관계를 하지 않은 남성 동성애자에 헌혈을 허용할 경우 헌혈자는 5만3,000명 늘어난다.
하지만 변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 보건복지부는 2010년에도 인권단체와 의회의 요청으로 전문가 위원회를 꾸려 규제 폐기를 검토했지만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남성 동성애자 헌혈 금지를 유지하기로 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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