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재벌 록펠러의 무덤 곁에 한 사람이 잠들어 있다. 록펠러가 믿고 의지했던 루이스 헨리 세브란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세브란스 병원 설립자로 친숙한 인물이다. EBS 창사 특집 다큐멘터리로 9, 10일 밤 9시 50분 방송하는'동행의 행복, 루이스 헨리 세브란스'는 100년이 넘도록 끊이지 않는 그의 기부 노하우를 조명한다.
세브란스는 100년 전 우리나라에 지금 가치로 5,000억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을 뿐 아니라 중국 인도 필리핀 등에도 수많은 현대식 병원과 학교를 설립했다. 놀라운 사실은 그의 아들 이후 대(代)가 끊겼는데도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회계사였던 세브란스는 기금을 마련해 어떤 상황에서도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했다.
세브란스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것은 1906년. 몇 년 후 그는 현대 의학의 불모지였던 한국에 주치의인 러들로를 보냈다. 러들로는 한국에서 26년간 최초의 외과 전문의로 활약하면서 우리나라 의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세브란스는 주치의를 한국으로 보낸 이듬해 갑작스럽게 복통을 호소하면서 세상을 떠났다.
자신 명의의 집 한 채 없이 세상을 떠난 그의 기부 철학은 자녀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아들 존은 미국 4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가 있기까지 단원들에게 집과 같은 공연장을 지어줬다. 딸 엘리자베스는 미국의 수많은 병원들과 도서관, 미술관을 기부했으며 그 건물들이 오늘날까지 비영리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금을 마련해뒀다. "받는 당신보다 주는 내가 더 행복합니다"라고 말한 세브란스의 정신은 지금도 누군가와 동행하고 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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