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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동네 빵집, 온라인서 활로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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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동네 빵집, 온라인서 활로를 찾다

입력
2012.07.0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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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진구 당감동에 자리한 작은 호두파이 가게 '윤호두파이하우스'. 이 가게 윤상희 대표는 한때 H백화점 식품코너에서 5년간 호두파이를 팔았다. 하지만 매장 수수료와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게 없어 결국 철수하고 2004년 아파트 상가 3층에 매장을 열었다. 맛에는 자신 있었지만 매장이 3층에 있다 보니 고객들이 쉽게 찾아오기 어려운 게 문제였다.

이 때 윤 대표가 택한 것은 온라인 장터인 오픈마켓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열악한 위치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를 함께 시도한 것. 미국 캘리포니아산 통호두를 사용하고 80겹 이상의 파이층을 내 고소한 맛을 살렸다. 가정용 가스오븐으로 구워낸 홈메이드 방식을 고수했다. 하지만 호두파이가 부서지지 않으면서 신속히 배송하는 게 관건이었다. 윤 대표는 이중 포장으로 파이의 흔들림을 막고, 오후에 만든 파이는 저녁 7시 택배로 보내 배송 대기 시간을 최소화했다. 주문 후 24시간 이내 배송을 원칙으로 했다. 여름철에는 아이스박스에 얼음팩을 넣는 등 서비스에 신경을 썼다. 입 소문이 나면서 8년째 옥션과 G마켓에서 파이부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윤 대표는 "대기업들이 오픈마켓에도 진출해 파이나 치즈케이크 등을 팔고 있지만 고품질과 가격경쟁력, 신속한 배송으로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 빵집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고사위기에 처한 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서비스로 승부한다면 길이 있음을 일부 동네 빵집들이 보여주고 있다.

이들 빵집들은 좋은 재료에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열어가고 있다. 우리밀이나 쑥 등 지역 특산물을 첨가해 재료를 특화ㆍ고급화 하면서도 가격은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20~50% 저렴하게 내놓는다. 또 주요 판매 품목을 인터넷 배송이 비교적 쉬운 도너츠, 카스테라, 롤 케이크 등에 집중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쿠스베이커리'의 구민서 대표도 그런 케이스. 그는 1988년 충남 논산에서 제과점을 열었다. 30년 이상 직접 빵을 만들어 왔는데, 지방까지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오면서 몇 년 전부터 위기감이 커졌다.

2008년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인 롤 케이크와 파운드케이크에 주력하기로 하고 전북 익산시 함열읍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면서 온라인 판매도 시작했다. 롤 케이크로 유명한 일본 제빵 서적들을 보며 공부를 거듭해 버터, 커피, 쑥, 치즈, 코코아, 팥 등 6가지 종류의 롤 케이크를 개발해 냈다. 가격은 대기업 빵집보다 30%가량 저렴하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덕에 아이를 둔 주부들이 많이 찾고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좋다. 월 매출만 800만원. 이 가운데 온라인 비중이 60%나 된다.

구 대표는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대형마트의 빵집이 있지만 맛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직접 재배한 고구마와 팥을 사용해 믿고 먹을 수 있는 파운드케이크와 롤 케이크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동네 빵집은 2008년 8,153개에 달했으나 지난해 5,290개로 3년 사이에 35.1% 줄어든 상태.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빵집은 3,572개에서 5,290개로 45.1%나 늘어났다. 올해 초에는 동네 빵집 중에서도 명품 빵으로 잘 나가던 리치몬드 제과점(홍대점)이 문을 닫아 충격을 주기도 했다. 기로에 선 동네 빵집들로서는 온라인 시장이든, 지역 특화 상품으로 승부하든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고현실 옥션 리빙마트 실장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들의 진출로 지역상권이 축소되면서 중소도시 빵집 200여 곳이 오픈마켓인 옥션에 입점, 이들이 전체 빵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며 "동네 빵집으로서는 오픈마켓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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