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생 강모(경기 고양)양은 학교가 끝나면 요일 별로 학원, 과외를 연달아 받는다. 부모님은 남들 못지 않게 사교육을 시키는데 만족하시지만, 강양은 내심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강제로라도 공부를 하려면 학원에 다녀야 할 것 같기는 하지만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받다 보면 학교 진도에 소홀하게 되고, 선행학습 내용은 잘 이해도 안 간다"는 강양은 "과외 선생님은 내가 피곤해 하니까, 질문에 내가 답을 못하면 그냥 혼자 답을 말하고 넘어가는 식"이라고 털어놓았다.
학부모들은 불안한 마음에 너도 나도 사교육을 시키지만 사교육의 성적 향상 효과는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8일 강창희 중앙대 경제학부 부교수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국개발연구 제34권'에 게재한 '사교육비 지출의 성적 향상효과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과목별 사교육비 지출을 10% 늘릴 때 국어성적은 평균 1.24%, 영어성적은 1.28%, 수학성적은 0.75% 오르는데 그쳤다. 성적이 70점이었다면 국어는 70.86점, 영어는 70.89점, 수학은 70.52점 정도 받게 된다는 뜻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04년 중학교 3학년 1만4,372명을 대상으로 구축한 '학교교육 수준 및 실태 분석 연구:중학교'자료에서 사교육비에 대해 정확히 답변한 5,122명을 분석한 내용이다.
연구 결과 10% 높은 사교육비 지출은 평균적인 학생의 국ㆍ영ㆍ수 평균점수를 0.74%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세 과목의 월평균 사교육비 총액은 15만4,100원(2004년 기준), 지출 상위 5%의 총액은 56만6,600원 이상이었다. 0.74% 향상효과는 평균적인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학생들에 대한 평균효과를 가리킨다. 보고서는 이조차 "도구변수법에 의해 도출된 결과로 과대추정치일 가능성이 있다"며 "다른 방법인 단순회귀분석을 적용하면 성적 향상효과는 0.259%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사교육의 효과가 미미한데도 우리 사회에 사교육이 만연한 원인으로, "사교육비의 진정한 효과에 관해 부모들이 정확히 알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효과를 알고 있더라도 사교육비 지출결정이 동료집단(다른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에 영향을 받아 결정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학생이 사교육을 받는 양에 비례해 자기학습의 강도나 시간을 줄인다면 사교육비 지출이 성적 향상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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