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수록되는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 평가해야 한다. 작가가 현역 의원이라는 이유로 작품을 제외하는 건 문제다.""특정 대선후보 대변인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고 언급된다면 그 자체로 교육적 중립성을 기대할 수 없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도종환 의원의 시가 실린 출판사에 수정ㆍ보완 의견을 전달하자 타당성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불붙고 있다. 현역 의원 신분인 이상 작품 수준을 떠나 교과서에서 제외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작가가 반민족적, 반국가적 인사가 아닌데도 기존 수록작품을 빼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지배적이다.
수정 권고를 요청한 평가원 측은 그 근거로 '교육의 중립성 유지'항목을 들고 있다. 이 항목을 보면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공정하고 교육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교육 내용은 특정 정당, 종교, 인물, 인종, 상품, 기관 등을 선전하거나 비방해서는 아니 되며, 남녀의 역할에 대한 편견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시 말해 도 의원이 단순한 정치 활동을 넘어서 현역 의원이 된 만큼 교과서에 시가 실렸을 때 어떤 식으로든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정치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평가원 측은 "이번 수정 보완요청을 한 내용 중에는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언급된 국어교과서에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사진 삭제를 권고하기도 했다"며 정치적인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작가들이나 일선 교사들은 문인이 국회의원이 됐다고 해서 과연 무조건 교과서에서 작품을 빼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당초 교과서 집필을 맡은 대학 교수와 현장 교사들이 중학교 해당 학년 교육과정의 학업성취기준에 맞는지 수 차례 검토한 끝에 교과서를 통과시켰는데 작가가 의원 신분이라는 이유만으로 시를 삭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국어교사 류모(39) 씨는 "전교조에서 서정주 시인의 친일 경력을 문제 삼아 한동안 교과서에서 작품이 빠진 적은 있지만 이처럼 애매한 기준으로 작품을 제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실정법상 과오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서정주 시인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국어교사 백모(33)씨도 "가르치는 과정에서 정치적 문제가 언급될 수는 있겠지만 교사 스스로 조심해야 할 문제"라며 "교과서에 있는 따뜻한 시들이 빠지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출판사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교과서를 제출하고 나서 도 시인이 정계에 진출했을 때부터 빠질 걸로 예상은 했다"며 수용할 뜻을 비쳤다. 그러나 또 다른 출판사 담당자는 "만약 여당 국회의원이라면 이런 결정이 내려졌을까 궁금하다"며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황석영 이문열 안도현 이외수씨 등 상당수의 문인들이 정치적 의견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의 중립성 유지'의 세부항목에 대한 기준을 어디까지 어떻게 적용할 지에 대해서도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단 관계자는 "어디까지를 정치인으로 보고 작품게재 여부를 결정할지 애매한 것이 사실"이라며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내년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심사 때에는 더 큰 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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