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공주가 영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왕가 핵심 세력이 영국 망명을 신청한 것은 처음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사라 빈트 탈랄 빈 압둘아지즈(38) 공주가 "사우디 내 반대세력의 위협을 받아 신변 보호를 위해 영국에 망명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7일 보도했다. 사라 공주는 사우디를 세운 압둘아지즈 국왕의 손녀로, 아버지는 일명 '붉은 왕자' 탈랄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80) 왕자다.
인형 같은 외모 덕에 '바비'라는 별명이 붙은 사라 공주는 아버지와 사이가 멀어진 2007년 이후 영국에 체류해 왔으며 "아버지가 나에게 보복하려 한다"는 불안을 호소해왔다. 텔레그래프는 사라 공주가 "사우디 내 반대 세력이 내가 이란과 손 잡고 사우디를 배신했다고 음해하고 있다"며 "네 자녀까지 납치하려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번 망명 신청은 사우디 대사관이 사라 공주의 비자 연장을 거부하자 강제 추방을 피하기 위해 낸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사라 공주의 망명 신청이 사우디 왕실의 갈등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탈랄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자와 경쟁하며 사라 공주를 보호해온 나이프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가 지난달 사망한 것이 사라 공주의 거취를 불안하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우디 대사관은 "사라 공주의 불안한 정신 상태가 문제"라고 일축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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