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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친미에 눈먼 MB의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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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친미에 눈먼 MB의 외교

입력
2012.07.0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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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큰 파장을 일으킨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밀실 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4년 전 한미쇠고기협상 타결 당시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2008년 4월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는 쇠고기협상 타결 소식을 급히 알렸다. 정부는 값싼 미국산 쇠고기를 한국 국민도 먹을 수 있게 됐다고 했지만 국민은 도리어 불안에 휩싸였다. 나이가 30개월을 넘은 소는 광우병 발병 가능성이 커지지만 정부는 30개월 이상 된 소의 고기를 수입할 수 있게 했다. 불안을 느낀 국민은 급기야 촛불을 들었다.

촛불 시위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다른 시각이 존재하지만, 당시 촛불을 밝혔던 사람들의 기본적 정서는 혹시라도 몸을 상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먹지 않겠다는 소박하고도 단순한 것이었다. 촛불 시위를 부른 것은 바로 그런 보편적 정서와 어긋난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었다.

최근 논란을 부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역시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한 국민의 정서와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었다. 많은 한국인은 일본의 침략과 식민통치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독도 문제, 교과서 문제, 위안부 문제 등을 대하는 일본의 태도는 여전히 실망스럽다. 일본은 최근 원자력 관련법 개정을 통해 핵무장 가능성을 열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그런 나라와 하는 군사협정을 용납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이 국민의 보편적 정서다.

한미쇠고기협상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또 다른 유사성은 여론 수렴을 다 하지 않은 채 타결을 기정사실화한 점이다.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전문을 보면 한국은 쇠고기협상 타결 이전에 이미 미국 측에 쇠고기 수입을 약속했다. 2008년 4월 당시 김병국 외교안보수석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대사와 오찬을 하며 "쇠고기에 관한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는데 양국이 쇠고기 수입 조건 개정 협상을 하기 3일 전이었다. 결론을 미리 알려주고 하는 특이한 협상이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6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슬며시 처리하려다 들통이 났는데 실은 이미 두 달 전인 4월 23일 가서명을 했던 것이다. 국회에도, 정치권에도 알리지 않고 민간의 의견은 의도적으로 외면하려 한 것인데 소통의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밀어붙이려는 MB 정부의 전형적인 정책 추진 방식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집권 초기 한미쇠고기협상에서 보여준 미숙한 대외 정책 추진 방식이 집권 말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으로 되풀이된 것은 역시 이 정부의 맹목적인 친미 성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쇠고기협상 타결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준 선물로 인식되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미국의 중국 봉쇄 정책에 순응하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해한다. 그러니 둘 다 미국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특히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으려는 미국의 한미일 3각동맹체제에 맞춰 한일 관계에 대한 국민 정서마저 무시한 채 군사적으로 일본과 덥석 손을 잡으려 했던 것이다.

미국과 가깝게 지내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칫 다른 나라와 사이를 틀어지게 하고 군사적 긴장과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면 마냥 좋게만 볼 게 아니다. 사람의 관계도, 피붙이가 아닌 한, 친밀감과 긴장이 함께 있어야 건강해진다.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는 지금의 한미 관계를,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이해가 충돌하는 국제사회의 눈으로 보자면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다 들어주고, 미국에만 기대면 뭐든 다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집권 말기에도 변하지 않아 답답하다.

박광희 국제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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