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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사촌' 보노보 게놈 해독… 인간의 진화 경로 밝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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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사촌' 보노보 게놈 해독… 인간의 진화 경로 밝혀지나

입력
2012.07.0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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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진화를 알려줄 마지막 자물쇠가 풀렸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진은 보노보의 게놈을 해독했다고 지난달 14일 과학학술지 <네이처> 에 발표했다. 대영장류(Great apes)로서는 마지막 순서다. 침팬지(2002년), 오랑우탄(2011년), 고릴라(올해 3월)의 게놈은 이미 해독됐다. 대영장류는 사람과 공통 조상을 갖고 있어 학계에서는 인류의 진화를 밝히는 데 이들의 게놈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놈은 유전정보를 담은 DNA 전체를 일컫는 말이다.

과학학술지 <네이처> <사이언스> 에 따르면 사람과 가장 거리가 먼 유인원은 오랑우탄이다. 사람과 오랑우탄의 게놈은 3% 차이가 난다. 이 말은 사람과 오랑우탄의 게놈을 구성하는 DNA 조각이 총 100개라고 했을 때 그 중 3곳에 서로 다른 조각이 있다는 말이다. DNA는 네 가지 조각(아데닌, 구아닌, 티민, 시토신)으로 이뤄졌는데, 가령 사람의 50번째 DNA 조각이 아데닌이면, 오랑우탄에서는 구아닌이 있다는 얘기다. 이 작은 차이는 유전자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종(種) 특이적인 여러 성질을 결정한다.

사람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은 침팬지와 보노보다. 사람과 침팬지, 보노보는 비교적 최근인 600만년 전 공통 조상에서 분화한 만큼 게놈 차이가 가장 적다. 1.3%다. 고릴라의 게놈은 사람과 2% 다르다. 공통 조상에서 오랑우탄-고릴라-침팬지(보노보) 순으로 갈라진 이후 나타난 유전적 변화를 따지면 인류의 진화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의 아지트 바르키 교수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유전자를 찾기 쉬워졌다"고 말했다.

산업적인 기대도 크다. 박홍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체자원센터장은 "사람과 달리 침팬지와 오랑우탄은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데, 그 이유를 유전적인 요인에서 찾고 있다"며 "대영장류의 게놈은 이런 수수께끼를 푸는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에서 보노보와 침팬지의 게놈은 99.6%가 같은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보노보와 침팬지의 행동 양식은 정반대다. 침팬지는 힘이 센 수컷이 무리를 지배하는 반면 보노보 사회에선 위계 질서가 약하다. 암컷이 발정기일 때만 교미하는 침팬지와 달리 보노보에게 교미는 일상적인 일이다.

미국 하버드대 빅토리아 위버 교수는 <네이처> 와의 인터뷰에서 "콩고강 북쪽에서 침팬지는 고릴라와 사는 곳이 겹쳐 한정된 먹이를 놓고 생존 경쟁을 벌여야 했지만 보노보는 먹이가 풍부한 환경에 살게 되면서 공격성이 점차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약 100만년 전 지질 활동으로 아프리카 대륙에 콩고 강이 생기면서 서식지가 나뉜 이들의 공통 조상이 각자 진화하면서 침팬지와 보노보가 됐다.

그러나 박 센터장은 "특성을 결정 짓는 데는 환경적인 영향보다 유전적인 영향이 더 크다"며 "서로 다른 영장류의 게놈을 비교하면 어떤 유전자가 이런 차이를 만드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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