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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의 별별이야기] 가르칠 것과 돈을 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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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의 별별이야기] 가르칠 것과 돈을 쓸 곳

입력
2012.07.0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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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과학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힉스 입자의 발견일 것이다. 물론 발견 당사자들은 '발견'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제한적으로 쓰고 있지만, 실제로 힉스 입자가 발견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견해가 강하다. 이 자체만으로도 경이롭고 놀라운 것이지만 혹시라도 이번 발견이 힉스 입자가 아닌 다른 새로운 입자로 밝혀진다면 그 경이로움의 충격은 상상을 넘어설 것이다. 아주 유력한 범죄 용의자가 붙잡혔는데 수사 당국에서는 여전히 다른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증거를 더 확보한 후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여러 매체에서 힉스 입자 이야기를 하니 그 이름에 어느 정도는 익숙해졌겠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또 이 입자의 발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리학의 기초 상식을 이해하고 입자물리의 표준모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비로소 힉스 입자 이야기가 귀에 들어올 것이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조차 물리학은 선택하지 않는 과목으로 전락한 현실을 생각하면 이런 소양을 갖춘 일반인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것이다. 고교 물리 II는 선택하는 학생이 적어서 교과서를 펴내는 출판사에서조차 그에 따르는 참고서를 출판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EBS마저 물리 II 문제집 발간을 포기하려고 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이번에는 출판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학교에서 과학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어서일까, 과학을 쉽게 설명하라는 요구가 넘쳐나고 그렇게 하려는 시도 또한 넘쳐난다. 가끔씩 천문학과 관련된 이슈가 등장했을 때, 그 내용을 초등학교 1학년 학생도 단박에 이해할 수 있도록 1분 안에 정리해서 이야기해달라는 기자의 요구를 받을 때면 헛웃음부터 나온다. 과학적인 내용을 대중의 언어로 바꿔서 쉽게 설명하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과학자들 중 일부는 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천지에 그렇게 쉽게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렇다고 우긴다면 무작정 맹목적으로 강요하는 신앙이나 종교 따위와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인터넷에는 힉스 입자에 대한 설명을 담은 기사뿐만 아니라 동영상이나 만화도 넘쳐난다. 앞뒤 정황을 따져봤을 때 이 칼럼 코너의 다음 주 내용도 힉스 입자에 대한 설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모두들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알리는 사람이나 받아들이는 사람이나 어려운 것은 어려운 것이다. 그런 만큼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지는 과정 자체를 같이 즐길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과학적 발견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공계 학생들에게 인문학 교육을 강화해야한다는 소식이 유행처럼 또 튀어나온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선언은 메아리 없는 외침일 뿐이다. 실천의 열쇠는 간단하다.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져 있는 교육 과정부터 없애버리면 된다. 그 자체로 문과니 이과니 하는 원죄와 핑계는 사라질 것이다. 그런 토대 속에서 과학적 기초 소양을 쌓을 수 있는 과학 교육과 인문 교육을 하면 된다. 작지만 큰 실천, 왜 하지 않는가. 힉스 입자를 발견할 수 있게 만든 과학 장치는 흔히 LHC라고 불리는 대형 하드론 충돌기이다. 건설에 들어간 비용만 49억달러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 약 6조원에 이르는 엄청나게 큰 액수다. 유럽의 여러 나라가 공동 투자를 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큰 비용을 지불하고 얻으려는 것은 겉으로는 과학적 발견이겠지만 그것은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상식을 세우는 작업일 것이다. 4대강에 쏟아 부은 돈이 22조라고 한다. 희망도 상식도 만들지 못하는 삽질에 LHC 건설비용의 4배 가까운 돈을 낭비한 것이다. 미래를 위해선 과학적 경이로움을 느끼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돈을 쓸 곳은 그것을 가르치는 현장이다.

이명현 SETI코리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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