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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만남] 웹툰계의 신성 '신과 함께' 주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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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만남] 웹툰계의 신성 '신과 함께' 주호민

입력
2012.07.0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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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연재하는 만화를 일컷는 웹툰이 전성시대를 맞았다. 이미 강풀 윤태호 작가의 작품들이 영화화되면서 문화를 이끄는 텍스트로서 웹툰의 가능성이 크게 열린 상태. 주호민(31)씨는 세번째 작품이자 두번째 장편인 <신과 함께> 가 작년부터 그림을 바꿔 일본에서도 인기리에 연재되더니 이달 하순에 일본에서 책으로 나오고 국내서는 내년 4월에 연극 무대에 오르고 연말부터 영화 드라마가 잇따라 나오기로 결정되면서 웹툰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파주의 아파트에서 임신 7주차인 일러스트레이터 아내와 여덟살 고양이와 살고 있는 그는 독서와 관찰이 상상력의 근원이라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도시락을 제 손으로 쌌지만 힘들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는 작가를 만났다.

_어떻게 만화가가 됐어요?

"저희 집이 일산이었는데 비평준화 지역이었거든요. 일산에서는 두번째로 명문고인 백신고등학교를 다녀서 당연히 좋은 대학을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버지가 홍익대 미대를 중퇴한 민중화가였기 때문에 집에 백기완 선생님이나 민중미술하는 분들이 많이 와서 사회비판에도 관심이 많고 신문방송학과를 지망했어요. 그런데 가나다군, 전문대까지 전부 탈락하고 재수했는데 또 다 떨어진 거예요. 어머니가 전단지를 하나 들고 오시더니 '너는 만화를 잘 그리니까 여기를 가보라'고 했어요. 아세아항공전문학교라고 (서울) 남영역에 있는 직업전문학교인데 돈만 내면 다 들어가는 데였어요. 만화 애니메이션학과가 있어서 갔어요."

_만화를 원래 잘 그렸어요?

"어머니가 심장판막증에 걸려서 수술도 두 번이나 하시고 병원에 오래 계셨거든요. 83년에 동생이 태어나면서 발병을 하셨으니까 제가 초등학교 때 자주 입원을 하셨어요. 그러면 제가 위문편지를 만화로 그려서 보냈어요. 엄마가 병원 의사 간호사분들과 다 돌려보면서 정말 재미있다 그러시고 만화가를 권하셨어요. 전공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지만 고등학교 때도 늘 만화를 그렸어요."

_그래서 직업전문학교 들어가면서 만화가가 되었나요?

"아니요. 2000년도에 만화애니메이션이 미래산업이라고 붐이 일었거든요. 거기서는 애니메이션을 가르쳐야 하는데 전산수학, 멀티미디어프로그래밍 급조한 과목이 많았어요. 거기서 배운 것 가운데 유일하게 써먹는 것은 포토샵 사용법 뿐이에요. 동기생이 50명인데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중퇴한 저 뿐이에요. 그림 잘 그리는 애들도 있었고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데 실상 만화가가 되려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런 훈련은 전혀 안되는 곳이니까요.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갔는데 군대 갔다 돌아와보니 학과가 없어진 거예요. 학교를 그만 두고 2004년 12월에 카르푸에 취직을 했어요. 주문서를 작성해서 하청업체들에게 팩스를 집어넣는 일인데 다섯 명 가운데 저만 남자였어요. 석 달 정도 일을 했는데 주말은 쉬고 하루에 8시간씩 일하면 80만원을 받았어요. 거기서 4년 일한 누나가 90만원을 받고 있는 거에요. 4년 뒤에 저게 내 모습인가 싶으니까 아닌 것 같아서 그만두고 집에서 식객을 하면서 만화를 그렸지요."

_부모님이 구박은 않고요?

"네, 너는 소질이 있다, 분명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거다, 그러면서 믿어주셨어요. 어머니도 홍익대 미대를 나오셔서 그런 걸 잘 이해하세요."

_첫 작품이 군대이야기였지요.

"네, <짬> 이라고 2005년 7월에 올렸어요. 그림도 굉장히 헐렁한 편이인데 반응이 너무 좋은 거에요. 기존의 군대만화는 육군본부에서 나온 정훈만화나 황당무계한 코믹이었는데 저는 담담하게 군대이야기를 풀어가니까 그게 신선했나봐요."

_고료는 얼마나 받았어요?

"처음에는 당연히 알리기만 하는 것이라서 고료가 없고, 또 그걸 보고 스포츠신문에서도 웹툰을 부탁했는데 그것도 역시 고료는 없었어요. 그러다가 2007년에 <짬> 시즌 2를 올리면서부터 고료를 받았습니다."

_<신과 함께> 라는 건 어떻게 그리게 됐어요?

"2004년에 <무한동력> 이라는 만화가 끝나고 후속작을 준비하던 중에 '인간극장'을 보는데 연예인하다가 무속인이 된 사람이 나와요. 한 순간에 인생이 바뀐 게 신기해서 무속을 다루려고 했는데 하면 할수록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무당이 모시는 신쪽으로 옮기면서 제주무가를 알게 됐는데 굉장히 재미있는데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거예요.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많이 알아도 우리 신화는 잘 모르니까 우리 신화를 그리자고 했다가 신화를 그대로 소개하는 것은 재미없겠다 싶어서 신화에 만화적인 장치를 한 저승편을 그리게 된 거지요."

_저승편은 제주무가라기보다는 불교설화가 바탕이지요?

"네. 불교의 저승관은 사람이 죽으면 10개의 지옥을 거쳐서 육도환생을 한다는 거지요. 10개의 지옥마다 다스리는 왕이 있어서 저승시왕인데 대체로 7일씩 7개를 거치면 육도환생을 선택하게 됩니다. 거기서도 가려지지 않으면 3개 지옥을 더 겪지만 보통은 49제를 지내는 거라 7지옥만 다뤘습니다. 저승을 근대화해서 지하철을 타고 저승으로 가고 저승의 검색도구는 주글(구글)이고 찻집은 헬벅스(스타벅스)이고 저승에는 지장법사가 세운 로스쿨이 있고 그곳에서 배출된 변호사들이 죽은 사람을 변호한다는 그런 설정을 넣었습니다. 이승편은 재개발 지역을 배경으로 제주무가와 경기무가에 나오는 여러 가지 장소신들을 넣었어요. 집 지키는 성주신, 터주신은 경기무가, 성주풀이고요. 부엌 지키는 조왕신, 화장실 지키는 측신, 문왕신은 제주신화 문전본풀이고요. 그 다음에 신화편은 창세신인 대별왕 소별왕 이야기부터 여러 가지 전통신들을 하나씩 그려가고 있지요. 신화편은 신화를 그대로 옮기는 작업이라 창작의 의미가 없어서 좀 고민했는데 독자들이 우리나라에 이런 신화가 있는 줄 몰랐다, 많이 배운다는 반응이어서 계속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똑같이 옮기는 것은 아니고 창세신화에서 해가 두 개가 있는데 대별왕이 하나를 떨어뜨려서 살기가 좋아졌다고 되어 있는 걸 저는 대별왕이 혼자서 떨어뜨린 게 아니라 사람들 모두에게 활을 줘서 함께 떨어뜨리는 걸로 설정을 바꿨어요. 그게 투표라고, 절대권력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은유를 했어요. 대별왕과 동생인 소별왕이 이승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다가 무능하고 나쁜 소별왕이 이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부조리가 있다는 원래의 해석을 보면서도 모든 게 누구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핑계를 대면서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는 현재의 모습과 똑같아서 이게 인간의 속성은 아닌가 문제를 제기하는 식이지요. 그렇게 신화에 현재적인 해석을 넣으려고 합니다."

_그런 건 다 어떻게 공부했어요?

"책이 잘 나와 있어요. 지금 20~30대 작가들이 어렸을 때는 일본만화를, 커서는 미국 드라마(미드)를 보면서 자랐잖아요. 일본만화를 보면서 한국만화가 다루지 못한 굉장히 다양한 소재가 있다는 데 눈 떴고 미드를 보면서 같은 소재라도 굉장히 정교하게 다뤄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점에서 이야기 구조를 만드는 게 만화가한테는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도 주호민은 그림을 발로 그리냐, 이런 말을 듣거든요. 일본판이 그림이 달라진 것도 그런 탓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저는 단점을 보완하는 것보다는 장점을 키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그림을 잘 그리려 하기보다는 이야기를 더 정교하게 짜는 편이 낫다. 제가 고등학교 때 주로 본 책들이 마이클 크라이튼의 과학소설이나 로빈 쿡의 의학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과학적 판타지 같은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수준으로 웹툰의 이야기를 끌어올리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책을 많이 봐요."

_만화의 토대는 책이다.

"상상력의 토대는 텍스트지요. 그리고 관찰력.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많이 관찰해요."

_다음 작품 계획은 뭐예요?

"관혼상제를 다 만화로 하려고 해요. 관은 성인식이잖아요. <무한동력> 이 취업이야기니까 그게 관이고요. 상이나 제는 저승편 이승편에서 한 거고요. 혼이 남았는데 저 결혼하고 1년반쯤 지났는데 주변에 친구들 결혼 준비하면서 겪는 공통적인 면이 있거든요. 집도 그렇고 스드메라고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문제도 있고 가장 큰 것은 혼수와 집안간의 알력 다툼인데 한국에서만 겪을 법한 일화를 다루면 블랙코미디가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장인어른이 당구장을 하시는데 거기 가면 친구분들이 상주하는데 빨간 베레모 쓰고 해병대 옷을 입는 분이 있어요. 동네 유지같기는 한데 왜 그런 분들은 그 시간에 여기 계신가를 취재해보면 아저씨들한테 위로가 되는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봐요."

_저승편은 과로사, 군대의문사도 넣고 이승편은 재개발 용산문제를 다뤘다지만 본질을 건드린다기보다는 가볍게 훑고 지나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은유로 다루고 싶어요. 저승편에서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죄책감, 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없는 구조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승편은 용산사태나 강제철거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지만 어디까지나 대중들이 재미를 느껴야 메시지도 전달되기 때문에 무겁지만은 않게 다루려고 해요. 군대의문사 경우 어머니에 대한 효도문제로 풀어갔지만 상관이 총기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중상입은 병사를 죽이는 거잖아요. 최근에 그런 은폐사건이 실제로 나자 '<신과 함께> 에서 나왔는데'라는 댓글이 달렸어요. 사회문제를 제기하는 효과는 있었지요. 말하자면 최규석 작가와 강풀 작가의 중간쯤을 가면 최고인데(웃음)"

_강풀씨가 할리우드라면 최규석씨는 켄 로치지요.(웃음) 그래서 어떤 재미를 주호민씨는 추구하는데요?

"희로애락이 다 재미라고 생각해요. 아주 슬픈 영화를 보고 와도 아주 재미있게 봤다고 하잖아요. 즐거움 뿐 아니라 노여움이나 슬픈 감정이 들게 하는 것도 재미니까 인간이 어떨 때 희로애락을 느끼는가. 인간을 이해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_그래서 인간을 이해할만한 밑바닥 같은 걸 느껴본 적이 있어요?

"그건 없네요. (이런 저런 질문에) 어머니가 자주 편찮으시고 입원을 많이 하니까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도시락을 직접 쌌어요. 초등학교와 중학교 졸업식에도 엄마가 못 오셨네요. 아버지 중퇴요? 너무 가난해서 그랬다던데. 우리집이요? 유치원 때까지는 13평 아파트, 그 다음에 20평으로 옮기고 중학생 때 일산의 38평 아파트가 당첨됐네요. 방 4개에 제 방도 생기고. 불행했던 적이요? 한번도 없어요."

서화숙 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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