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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김정은에 관한 두 가지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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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김정은에 관한 두 가지 소문

입력
2012.07.0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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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5월 평양 만경대 유희장을 현지 지도하며 책임자를 크게 질책한 사실은 널리 보도된 바 있다. 유희장 도로가 파손된 채 방치돼있고 잡초까지 무성한 것을 보고 김 1위원장이 화를 참지 못해 담당자를 꾸짖은 것이다. 어렸을 때 디즈니랜드에 가 본 적이 있는 김 1위원장에게 만경대 유희장의 수준은 정말 한심해 보였을 것이다. 서슬 퍼런 북한에서 김 1위원장으로부터 꾸중을 들은 유희장의 도로 및 잡초 담당들은 이후 어떻게 됐을까. 김 1위원장은 유희장을 방문한 다음날 유희장 총책임자에게 전화해 담당자를 처벌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김 1위원장은 "내가 화 낸 것은 앞으로 일을 더 잘하라는 것이지 그들을 자르란 뜻이 아니었다"며 "인민들이 유희장을 찾아 즐기는데 만전을 기하라"고 두 차례나 당부했다.

#김 1위원장이 최근 돼지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돼지들이 꿱꿱 소리를 질렀는데 그 소리가 유달리 컸다. 이를 보고 수행 간부가 "최고 지도자 동지의 방문에 감격해 돼지들도 노래를 부르며 환영하는 것"이라고 아부를 떨었다. 순간 김 1위원장의 안색이 싸늘하게 변했다. 김 1위원장은 그 간부를 향해서 이렇게 말했다. "돼지들이 울부짖는 것은 이곳이 자기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리를 지르는 돼지들은 이곳 돼지가 아니라 주변 농장에서 옮겨온 것이 틀림없다. 갑작스레 낯선 곳에 갇힌 데다 못 보던 사람들이 나타나자 불안감에 저렇게 울부짖는 것이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라. 내게 잘 보이려고 인민을 힘들게 하는 일을 삼가라."

최근 베이징의 한 북한 소식통이 전해 준 이야기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이 안된다. 그러나 사실이든 아니든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먼저 사실이라면 김 1위원장의 됨됨이를 가늠하게 하는 것이어서 흥미롭다. 나이가 어린데도 국정 장악력도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인민을 위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런 지도자라면 인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 것이란 기대를 해 볼만 하다. 일각에선 김 1위원장이 꽤 괜찮은 지도자의 자질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두 이야기는 김 1위원장을 미화하기 위해 조작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김 1위원장에 대한 이런 류의 이야기를 유포하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북한이 어디로 가려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한이 이런 이야기를 통해 적어도 김 1위원장이 인민을 가장 중시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엔 들을 수 없었던 이런 이야기를 통해 북한은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적어도 김 1위원장은 합리적 이성의 대화 상대가 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대북관은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사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북한의 미래가 새로운 틀을 잡아가는 시기인 올해는 한국이 좀 더 주도적인 입장에서 북한의 변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최근 이명박 정부 내에서 대북 강경론을 주도한 인사가 물러난 것도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기자에게 "한국은 이미 북한을 압도하고도 남을 국력을 갖고 있는데 왜 항상 북한과 같은 급에서 싸우려고만 드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북한의 경제 규모는 한국의 38분의 1 수준이다. 이 대통령이 나이가 한참 어린 김 1위원장과 계속 맞붙는 것도 볼썽사나운 일이다. 40여년이나 더 오래 살아 경륜도 많고 국력으로 봐도 40배 가까이 큰 나라의 대통령이 어른으로서 김 1위원장을 포용, 남북관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길 기대하는 것이 욕심일까. 사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 대통령이 그나마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도 이젠 남북관계 밖에 없지 않은가.

박일근 베이징 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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