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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베스트셀러 '제노사이드'소설가 다카노 가즈아키/ "인류의 대학살 공평하게 비판하려 난징대학살도 넣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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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베스트셀러 '제노사이드'소설가 다카노 가즈아키/ "인류의 대학살 공평하게 비판하려 난징대학살도 넣었죠"

입력
2012.07.0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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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을 전후로 국내 출판시장에 일본 소설 열풍이 불어 닥친 적이 있다. 오쿠다 히데오를 비롯해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스즈키 코지 등 대중적 감각을 지닌 일본 작가들이 국내에 적극적으로 소개된 게 이 무렵부터다. 이들의 공통점은 공포와 스릴러 같은 장르적 문법으로 일본 사회 문제를 다룬다는 것. '화차', '하울링', '검은 집' 등 일본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한국영화의 인기는 5년 전 일본소설 붐에서 미리 감지됐다.

이런 배경에서 출판계가 다카노 가즈아키(48)를 주목하는 건 당연하다. 장편 <13계단>, <그레이브 디거> 등이 인기를 모으며 국내 영화계에서 잇따라 제작 논의가 오가는데다,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한 <제노사이드> 가 일본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해 할리우드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영화연출을 공부해 일본 드라마, 영화 각본가로 활동한 작가의 이력 또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5일 도쿄에 위치한 신원 에이전시 사무실에서 만난 다카노 가즈아키는 1989년 미국 유학시절 사귄 한국인 친구들과 2007년 만났던 한국영화관계자들과의 에피소드를 차례로 소개하며 한국에 대한 친근함을 표했다. 다카노는 "신작을 구상하는 첫 단계에서부터 한국인 유학생 고(故) 이수현씨를 주요 인물로 구상했고, 영화관계자들에게 조언을 얻는 과정에서 한국을 다시 발견했다"고 말했다.

신작 <제노사이드> 는 '인류보다 진화한 새로운 생물'의 출현에서 비롯한 인류 종말의 위협과 이를 둘러싼 음모를 추리 스릴러와 SF 기법을 통해 풀어나간 작품이다. '무엇이 진정한 인류 진화인가'란 주제로 인류학, 진화론, 국제정치, 군사학 등의 분야를 넘나드는 지식의 세계로 안내하는 이 소설을 작가는 "지적 유희"라고 소개했다. "인간 집단과 집단은 반드시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그 정점이 '제노사이드'(genocide, 대학살)입니다. 이 충돌을 인간이 아닌 다른 시각에서 어떻게 볼지, 묻고 싶었습니다."

약학대학원생인 주인공 겐토는 아버지가 만든 비밀 실험실이 있었고, 그곳에서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란 불치병의 치료제가 개발 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곧 의문의 추격을 당하게 된다. 또 다른 주인공인 미국인 용병 예거는 아들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내전 중인 콩고의 정글 지대에서 피그미족의 한 부족과 인류학자,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생물'를 제거하라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두 주인공의 다른 행로가 하나로 겹쳐지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새로운 생물'의 실체가 드러나고, 인류 역사상 벌어진 '제노사이드'의 본질에 접근하게 된다. 작가는 소설에서 독일, 르완다, 캄보디아의 제노사이드를 차례로 언급하며 "공평하게 비판하고 싶어" 일본의 난징대학살도 넣었다고 한다.

물론 소설 속 인류가 이렇게 환멸적인 모습만 그려진 것은 아니다. 작가는 "민족, 국적이 다르더라도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캐릭터를 통해 인간의 전체적인 상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에서 이 캐릭터는 주인공 겐토를 돕는 한국인 유학생 이정훈으로 이수현씨를 모델로 한 인물이다. "고 이수현씨 사건을 접했을 때, 바로 소설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만큼 용감한 사람은 되지 못했을 테니까요. 저 자신이 실제로 되고 싶은 캐릭터를 그려서 소설에 넣은 셈이지요."

신작 역시 여러 곳에서 영화 제작 제의가 들어오지만, 작가는 이번 계약에 중요한 조건을 달았다. 바로 자신이 영화감독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할리우드 영화에서 이야기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는 작가는 아직 영화에 대한 미련이 남은 듯하다.

도쿄=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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