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졸의 미혼 여성 공무원. 우리나라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부류다. 소득이나 재산이 가장 많은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돈이 크게 들어갈 일이 없고 미래의 경제적 안정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반면, 60대 이상의 혼자 사는 저학력 남자 무직자는 경제적으로 가장 불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8일 현대경제연구원이 2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조사해 내놓은 ‘대한민국 경제적 행복지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 국민의 경제적 행복지수는 41.2를 기록했다. 경제적 행복지수는 개인이 자신의 경제 상황에 대해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를 지수화(0~100)한 것. 상반기 지수는 기준치(50)에는 못 미치지만 작년 하반기보다는 3.4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경제적 행복을 전망하는 경제적 행복 예측지수(0~200)는 상반기 121.0을 기록하며 첫 조사가 시작된 2007년 하반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으로 경제적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아진 것이다.
지역별 경제적 행복지수를 보면 세종시 출범에 따른 부수효과를 누리고 있는 대전(45.9)과 충남(45.6)이 가장 높았고, 전북(34.3)이 제일 낮았다. 직업별로는 공무원(50.3)과 전문직(48.8)의 행복도가 일반 직장인(43.9)을 압도했고, 자영업자(37.6)는 주부(39.3)보다도 경제적 만족도가 떨어졌다. 자영업자보다 지수가 낮은 건 무직ㆍ기타(32.6) 뿐이었다.
또 연령대가 낮을수록 경제적 행복지수와 예측지수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대의 행복지수(47.1)는 60대 이상(37.0)을 크게 웃돌았고, 예측지수 또한 20대(148.8)와 60대 이상(86.0)의 격차가 컸다.
소득과 자산규모가 높을수록 행복지수도 높았다. 특히 연 소득 2,000만원 미만(35.0)이거나 자산 규모 1억원 미만(34.5)인 경우 다른 계층에 비해 현저히 지수가 낮았다. 대학원졸(48.8) →대졸(43.5) →고졸(38.0) →중졸(31.9) 등 학력별 행복감 격차도 극명했다.
눈길을 끄는 건 미혼보다 기혼의 경제적 행복지수가 더 낮다는 점. 기혼자의 행복지수(40.7)는 미혼자(43.9)에 한참 못 미쳤다. 특히 예측지수의 경우 기혼자(115.0)와 미혼자(144.2)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연구원은 “아무래도 부양가족이 있으면 미래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아울러 여성(41.8)보다 남성(40.6)의 행복지수가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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