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30분. 일주일 전 연평도 해병대 포병중대로 배치돼 내무반에 대기 중이던 김진수(21ㆍ당시 19세) 이등병은 내무반 창문 너머로 포연이 피어 오르고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대피명령이 떨어질 때만 해도 부대 훈련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실제 '전투' 상황이었다. 북한은 이날 연평도 일대에 해안포 170여발을 기습적으로 쏟아 부었고 김 이병이 속한 포병중대는 포탄 80발로 대응했다. 교전 중 병사 2명이 전사하고 15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민간인도 2명이나 죽었다.
그로부터 1년 7개월여가 흐른 6일 김 이병을 포함, 연평도 전투 당시 근무했던 신병 24명이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련한 병장으로 전역했다. 해병대 1126기 600여명 중 연평부대에 배치된 24명이다. 생사를 넘나드는 치열한 교전을 함께 했던 선배 대원들은 하나 둘씩 전역했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이들 24명이 이제 사회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물론 당시 전투에 참가한 간부들 중 일부는 여전히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이들 병사들은 5일 오전 연평부대에서 열린 전역식에 참가해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선배 해병대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그들을 기렸다. 전역 후 복학해 학업에 전념하겠다는 김진수 병장은 "휴가를 나가서 전역한 선배 대원들과 만날 때마다 연평도 전투 얘기를 하곤 했다"며 "죽음의 공포 속에 의연하게 대응했던 부대원들과 그날의 기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병장은 "전투 이후로 두 세 달간 조금만 큰 소리가 나도 다들 과민반응하고 잠도 잘 이루지 못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가 속했던 포병중대는 북한의 도발 포격 이후 최초로 대응 사격해 적에게 타격을 입힌 부대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