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안개 속 공중전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안 원장이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계속 모호한 답변을 하고 있지만 그가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차근차근 준비 작업을 밟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안 원장이 방학 후 외부 출입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일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의 부친상 상가에 나타난 안 원장은 대선 출마 결심에 대해 "아니오, 다음에 또 보자"며 여전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5월 말 부산대 강연 이후 외부 활동이 없었던 안 원장이 지난달 29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회고록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데 이어 연이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안 원장은 또 한국 사회 진로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과의 만남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의 측근은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다양한 분들과 만나고 있다"며 "안 원장이 출마 여부를 결심하면 지금의 과정이 국민들에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여론 검증을 피하기 위해서 출마를 늦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큰 틀의 결단을 위한 엄정한 준비와 고민의 과정으로 봐 달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그가 언제 국정운영 구상을 마무리하고 출마를 공식화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원장이 최근 집필을 마무리하고 있는 에세이집의 출간 시점이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의∙평화∙복지 등 자신의 국정운영 비전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어서 사실상의 대선 출사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달 말 민주당 경선의 1차 컷오프 결과가 나오고 내달부터 본선이 펼쳐지는 일정을 감안하면 책이 나올 이달 중∙하순이 대선 출마의 적기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민주당 경선이 마무리되는 9월 말까지 기다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민주당 후보가 최종 결정돼 그 지지율 추이를 지켜본 뒤 출마 여부를 결심할 것이란 얘기다. 이럴 경우 민주당 경선이 흥행몰이에 성공,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치솟으면 안 원장이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이 진행되는 8~9월에도 안 원장이 모호한 행보를 지속할 경우 민주당 주자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안 원장의 그늘로 인해 민주당 경선 자체가 묻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영환 "安, 안개 낀 장충단 공원 걷고 있다"
한편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6일 "안 원장이 지금 안개 낀 장충단공원을 걷고 있다"며 "국민에게 정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밝힐 때가 지났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안 원장은) 출마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라며 "많은 국민이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경선 과정에서 (안 원장의 출마가) 상수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안 원장이 대통령이 되려면 민주당에 입당해야 한다"면서도 "입당해서 당선된다면 안철수의 당인지, 민주당인지 논쟁이 가열돼 민주당에 위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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